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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정다슬 이도형 기자] 우여곡절 끝에 열렸지만 뚜렷한 결론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꼬인 정국을 풀고자 16일 오후 3자회담에 나섰지만, 서로간 입장차만 확인한채 사실상 결렬됐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민주당 모두 극한대치가 길어질수록 서로 난처한 입장에 처할 가능성이 큰 까닭에 이날 3자회담은 결국 ‘모두가 진 게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1시간30분간 국회 사랑재에서 3자회담을 열었다.
합의도출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음은 이날 오후 5시 회담을 마치고 나오는 3명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의 표정은 특별한 기색이 없었지만, 김 대표는 어두운 표정으로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면서 불만을 표했다. 곧바로 이어진 여야의 브리핑에서 이같은 관측은 그대로 확인됐다.
채동욱 사태 최대이슈‥朴대통령-김한길 ‘일진일퇴’
‘채동욱 사태’는 이날 3자회담의 최우선 의제였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무리수를 두면서 검찰총장을 사퇴시킨 것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청와대 배후설’을 공론화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정치공작”이라면서 강하게 부인했다.
“채동욱 총장에 대한 사상 초유의 방식으로 몰아내기와 관련해서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김한길 대표)
“검찰의 위신이 달린 문제다. 청와대 배후조정했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소문 정도로 뒷조사하고 감찰할 수 있나.” (김 대표)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직자는 청렴하고 사생활이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총장 사퇴를 두고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 의혹 제기에 대해 박 대통령은 사태의 본질이 ‘공직자 비리의혹’이라는 입장만 재차 강조한 것이다.
김한길 “국정원 사태 사과해야”‥朴대통령 “도움 안받았다”
또다른 핵심의제는 국정원 이슈였다. 김 대표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긴 시간 칼을 갈아왔던 터다. 김 대표는 곧바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고, 박 대통령은 “도움을 받은 게 없다”면서 단호하게 거부했다. 둘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설전만 이어갔다.
“국가기관 측근비리에 대해 대통령은 예외없이 검찰 기소단계에서 사과했다. 재판 종결까지 기다려서 사과한 사례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정부와 관계없다고 하지만 사과해야 한다.” (김 대표)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재판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박 대통령)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국정원 개혁논의를 두고서도 확연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자체개혁에 방점을 찍었고, 김 대표는 국회내 논의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에게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박 대통령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옆에 앉은 황 대표도 난색을 표하면서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는 끝내 무산됐다.
경제민주화를 두고도 둘은 대립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은 입법 속도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고 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특정계층을 막고 옥죄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모두가 진 게임‥정국경색 장기화 불가피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정국경색이 더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3자회담을 정국 정상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정치권의 기대는 무너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당장 네탓 공방만 이어갔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3자회담 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이 정쟁을 위한 자신들의 일방적 요구사항만 제시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면서 “회담을 망친 민주당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현실인식은 민심과 괴리가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김한길 대표는 천막당사에서 노숙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책임전가에 급급하지만, 결과적으로 여야는 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를 이끌 중점법안 126개나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녹록지 않게 됐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의 도움 없이는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외투쟁 지속방침을 밝힌 민주당도 속내가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장외투쟁이 길어질수록 민생을 외면한다는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라고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은 이날 3자회담을 계기로 정국 정상화를 이루고 정기국회를 통해 국정과제를 차근차근 실행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당초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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