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관료 꿈' 사라지고..기재부 공무원 잇단 '민간행'

  • 등록 2016-04-11 오후 3:33:50

    수정 2016-04-12 오전 9:57:13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우수한 후배 하나 잃어 씁쓸하네요.”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재부 공무원의 잇단 민간행(行) 소식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실력을 인정받던 핵심 서기관 두명이 정통 관료의 꿈을 버린 데 이어 ‘에이스’로 불리던 김이태 부이사관(국장)이 지난주 사표를 내고 삼성전자(005930)로 옮긴다는 소식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행시 36회 출신인 김 국장은 1년 늦게 연수를 시작하긴 했지만, 동기들 사이에서 늘 선두주자였다. 외환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 등 주요 핵심 보직을 거친 국제 금융통이다. 그는 2012년부터 3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통화자본시장국 어드바이저로 일했다.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한국인으로서는 IMF 내 최고위직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말 귀국한 이후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지원 업무를 했고, 한국이 부총재 자리를 수임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한 차관보급인 국제경제관리관(1급)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 국장의 민간행은 개인적 사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을 잘 아는 한 관료는 “오래전부터 기회가 되면 민간에 가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 “민간기업에서 새로운 뜻을 펼쳐보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내부에서는 ‘관료 메리트’가 예전만큼 없어진 것도 이유로 꼽고 있다. 기재부의 노동강도는 정부부처에서 가장 세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처우에 아쉬움이 많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왔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면 친구들에 비해 연봉은 절반이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내세울 게 없다”면서 “머슴처럼 일할 바엔 비전 없는 공직에서보다 민간에서 능력을 펼쳐 좋은 대우를 받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공무원의 자존심이 꺾였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 국장의 민간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 한 관계자는 “우수한 인력들이 민간으로 나가 활동을 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책을 효율적으로 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약 2년 전에도 금융협력과장을 지낸 이승재 기재부 전 국장이 삼성생명 전무로, 3년 전에는 외자과장을 역임한 문홍성 전 국장이 두산그룹 전무로 진출했다.

한편 김 국장이 삼성전자로 옮기려면 이달 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고위공무원단도 아니고 그간 했던 업무가 민간기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국장은 삼성전자에서 상무로 들어가 전략이나 투자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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