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식약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중순께 일본 측과 만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분쟁협의 절차에 따른 협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한 달 이내에 첫 번째 만남을 가져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른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의에 응할 것인지는 아직 논의 중이나 과거 사례들을 봤을 때 협의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본 측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떤 의도로 WTO 제소를 선택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근거로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3개국은 현재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를 완전히 해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대만, 러시아 등 32개국이 다양한 형태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울 전망이다. 식약처가 에너지·식품·의료·소비자단체 등 12명으로 구성된 민간 전문위원들에게 용역을 맡겨 준비한 보고서도 핵심 근거로 제시될 예정이다.
실제로 정부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요건을 고려해 일본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과도하게 규제하는 측면에 대해 합리적인 선에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최선을 다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이 우리가 근거로 제시하는 자료에 대해 절차적인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역시 자국 내 수산물 소비 또는 수입, 소비자 인식 등에 대한 공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식약처의 판단이 가장 중요한 만큼, 업무가 이관되면 이를 세세하게 반영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가 긴급조치를 실시했던 2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이 방사능 위험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으나, 이번엔 우리가 방사능 위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면서 “충분한 근거를 통해 일본산 수산물의 위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규제가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박태호 교수는 “이번 사례는 과거 광우병 사태로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다가 재개한 것과 매우 유사하다”면서 “과거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정치·외교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말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충분히 가지고 철저하게 대응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