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급 인기?…시리아 반군 수장 만나려 줄서는 국가들

유럽 국가들 이어 美부터 러까지 면담 요청 잇따라
재건사업·이란 접경국 등 경제적·지정학적 중요성 높아
美·유럽 "제재 해제할수도…포용적 新정부 이행 전제"
알아사드 지원했던 러, 군사기지 지키려 협상 시도
  • 등록 2024-12-20 오후 4:58:12

    수정 2024-12-20 오후 4:58:1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시리아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수장인 아메드 알-샤라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그에게 걸려 있는 현상금 얘기가 아니다. 서방의 주요 국가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앞다퉈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알-샤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만큼이나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로 꼽힌다.

시리아 반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의 수장인 아메드 알-샤라(오른쪽)이 17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에서 독일의 중동 특사인 토비아스 툰켈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20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유엔은 HTS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의 외교관들은 HTS 수장인 알-샤라를 만나기 위해 시리아를 향하고 있다. HTS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국가 및 국제기구도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는 시리아의 유엔 특사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카타르, 튀르키예 및 기타 국가 사절단이 잇따라 알-샤라를 면담했다고 전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약속을 잡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대니얼 루빈스타인 전 시리아 담당 특사, 바버라 리프 근동지역 담당 차관보, 로저 카스텐스 인질 문제 담당 특사 등으로 꾸려진 미국의 사절단이 이날 다마스쿠스에 도착했으며, 이번주 안에 알-샤라와 면담할 예정이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내고 사절단이 알-샤라와 만나 HTS가 내년 3월까지 임시 통치하는 과도정부에서 포용적인 새 정부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당시 실종된 언론인 오스틴 타이스와 기타 미국 시민들의 행방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인권, 테러조직 소탕, 화학무기 폐기 등과 관련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시리아에 사절단을 파견하는 것은 수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이번 사절단에 포함된 카스텐스 특사가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20년 타이스 실종 사건과 관련해 비밀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다마스쿠스를 찾은 바 있다.

악시오스는 미국이 시리아를 상대로 다시 관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방증하듯 미 국방부는 이날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이 2000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기존에 밝혔던 900명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심지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했던 러시아도 알-샤라와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시리아에 해군기지와 공군기지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두 기지는 전략적·군사적으로 러시아에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다만 HTS와는 적대했던 만큼 영향력은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이 시리아를 찾는 건 재건 사업 등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란과 국경을 접해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HTS를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미 정부는 2018년 시리아 제재의 일환으로 HTS를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고, 10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EU 역시 미국과 같은 입장이지만, 일부 회원국들은 시리아 내 러시아군이 철수해야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U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카자 칼라스는 “‘포용적’ 새 정부를 만들기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취한 뒤에야 제재를 해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EU 내 많은 외무장관들이 새로운 정권에선 러시아의 영향력을 없애는 것이 조건이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 측에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한 2254호 결의안을 로드맵으로 제시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꾸리는 방안으로 총 18개월의 과정을 요구한다. 이를 받아들여야 제재가 해제될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재건 사업도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은 시리아의 에너지 및 건설 부문을 겨냥해 광범위한 제재를 부과했는데, 이 두 부문은 모두 재건 사업에 필수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알-샤라가 외국 세력들과 협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잉) 일부 시리아인들 사이에선 HTS가 외국 사절단과 대화를 피하고 (알아사드 정권처럼) 정치적 통제권을 독점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앞으로 시리아는 기본적인 생필품이 절실해질 것”이라며 “이란이 제공하던 하루 8만배럴의 무료 원유 공급도 끊겼다”고 덧붙여다. 인도주의적 지원이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밀을 공급했다고 시리아 측에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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