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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중동 등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또 다시 고조되고 있지만, 과거처럼 단기 급등세를 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전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지 주요 항구에 위치한 석유 터미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지역의 석유 저장소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이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화재 진화에 200여명의 소방관들이 동원된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의 군사 자금 조달 창구인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공격하고 있어 원유 선물 가격에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은 더 심각하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아모스 호치스타인 선임 고문을 파견하는 등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교장관이 전면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엑스(X·옛 트위터“에 ”레바논과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게임의 규칙’ 변경이 임박했다“며 무력 충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측의 군사적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질 경우 미국의 소매 판매, 중국의 산업생산 부진 등 유가 하방압력 요인이 낮아지면서 또 다시 원유 값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단 얘기다.
다만 과거와 같은 단기 폭등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깜짝 증가해 유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석유협회 수치를 인용해 미국 원유 재고는 6월 둘째주(10~14일) 226만4000배럴 증가했다고 전했다. 로이터가 조사한 분석가들은 당초 원유 재고가 22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는 ”유가는 유럽과 중동의 분쟁 격화에 대한 우려와 미국 원유 재고의 예상치 못한 증가에 따른 수요 우려로 인해 거래 중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