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맺힌 文대통령, 오열 5·18유족 포옹(종합)

文대통령, 18일 광주 민주묘지서 진행된 기념식 참석
부친 기일·자기 생일 18일인 김소형씨 뒤따라가 꼭 안아
"여전히 일각서 '오월 광주' 폄훼…용납할 수 없다" 강조
대통령 포함 참석자 전원, 손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 등록 2017-05-18 오후 12:20:11

    수정 2017-05-18 오후 1:07:23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제37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유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5·18에 얽힌 가족사를 소개한 뒤 고개를 떨어뜨리고 퇴장하던 김소형(37·여·사진)씨를 뒤따라갔다. 문 대통령이 뒤에 있는지 몰랐던 김씨는 앞에 있던 5·18기념식 관계자가 뒤쪽을 향해 손짓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렸다. 김씨는 문 대통령을 말없이 끌어안았고 대통령도 김씨를 다독였다. 객석에서 김씨의 얘기를 듣고 손수건으로 이미 한 차례 눈물을 훔친 문 대통령의 눈은 빨갰다.

文대통령, 무대 올라 유가족 위로…“‘오월 광주’ 폄훼, 용납할 수 없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문 대통령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낭독한 뒤 5·18 당시 희생된 고(故) 김재평씨의 딸인 김씨가 무대에 올라 “철없었을 땐 이런 생각도 했다. 때로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빠 엄마는 지금도 참 행복하게 살아계셨을 텐데…”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자신의 생일과 아버지의 기일이 같은 기구한 가족사를 소개하며 내내 울었다.

김씨의 이야기를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듣고 있던 문 대통령은 결국 눈물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뒷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안경 안에 흐르던 눈물을 닦았다.

문 대통령은 김씨가 발언을 마치고 무대 위로 내려가려 하자 그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손을 뻗으며 김씨를 안아주려고 했지만 눈물을 많이 흘리고 있던 김씨는 퇴장하느라 문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 진행요원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민주묘지 한가운데서 서로를 안은 채 한동안 서 있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 뒤 김재평씨의 묘역에서 김씨와 함께 참배했다.

검은색 정장과 넥타이 차림의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저는 이 자리에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라며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고 진상규명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광주 시민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참석자, 손 붙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가수 전인권씨, 상록수 열창

문 대통령이 참석한 이번 기념식에선 9년 만에 모든 참석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행진곡은 무대에 오른 합창단만 부른 바 있다.

사회자가 “여러분 다 함께 손을 맞잡고 반주에 맞춰 힘차게 불러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자 객석에 있던 참석자들은 손을 잡고 반주에 맞춰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옆 사람들의 손을 맞잡은 문 대통령이 입을 크게 벌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장면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박영선·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씨도 함께 노래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5·18 관련 3개 단체장과 유가족 대표, 인혁당 피해자, 부마항쟁 기념사업회, 3·15의거 기념사업회 등 과거 독재 정권들의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이들을 기리는 단체들과 헌화하고 분향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식인 만큼 비장한 분위기가 흘렀다.

전국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대학교수들과 가수 권진원씨가 ‘그대와 꽃피우다’를 불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던 가수 전인권씨가 ‘상록수’를 불렀다. 안 전 후보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한편 가수 양희은씨의 곡인 상록수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알려져 있다.

공연을 끝으로 기념식이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고(故) 윤상원씨의 묘역과 민주화 운동당시 행방불명된 이들을 기리는 묘역을 참배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로 5·18묘역에 안장된 모든 열사들 앞에 흰 국화가 놓였다. 헌화엔 ‘근조 대통령 문재’이라는 리본이 달렸다.

문 대통령이 탈권위·소통 정부를 표방하는 만큼 이날 기념식 경호는 유연하게 이뤄졌다. 검색대를 통과하기만 하면 별도의 제한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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