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한미FTA 문서 공개 계속 뭉개면 산업부에 2차 소송"

대법 승소한 민변 "협상문서 즉각 공개해야"
산업부 "독소조항 없어..공개 시점은 미정"
대법 판결 이후 'FTA 불공정 의심 조항' 격돌
트럼프 정부 출범 전후로 한미FTA 화두로
  • 등록 2017-01-04 오후 2:31:53

    수정 2017-01-04 오후 2:31:53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해 연초부터 공방이 불붙고 있다.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한미 FTA에 독소조항이 있다며 판결대로 협상 문건을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민변은 정부를 상대로 한 2차 소송, 한미 FTA 재협상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 FTA에는 독소조항이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은 4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 2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며 “오늘까지도 한미 FTA 협상문서를 공개하지 않으면 대법 판결을 불이행한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하루에 얼마씩 지급하라는 (2차)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민변이 산업부를 상대로 “한미FTA 협상문서에 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민변은 2007년 5월25일에 타결된 FTA 협상문 원문과 달리 같은 해 6월 30일 서명된 협정문 서문에 한국에 불리한 ‘독소조항’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은 ‘(한국 등) 외국 투자자는 (미국 등) 국내 투자자보다 투자보호에 대한 더 큰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않는다’는 문장이다. 이를 두고 민변은 “한국 투자자가 한미 FTA 효과를 누리는 것을 제약하는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변은 한미 FTA 비밀 해제일에 맞춰 2014년 3월(한미 FTA 발효 후 3년) 해당 조항을 추가하기 위해 한미 양측이 교환한 문서를 공개하라고 정보공개 청구했다. 산업부가 이를 거부하자 민변은 같은 해 7월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 2일 “정보공개가 국익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1·2심 판결대로 심리불속행 의견(상고 기각)으로 민변 손을 들어줬다.

산업부는 민변 주장과 상반된 입장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한미 FTA는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이익 균형을 맞춰서 체결한 것”이라며 “독소조항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주형환 장관은 “한미 FTA는 상호번영의 틀”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은 (이뤄지기)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산업부는 한미FTA 협정문서를 공개하는 데에는 신중한 입장. 고위관계자는 “한미 FTA 협정 문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선례가 없다”며 “법무부 문의 등 법적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공개 시점이 결정된 바 없다. 빨리 내부적으로 정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변 측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까지 고려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에 나설 방침이다. 송기호 위원장은 “협정문서를 받으면 일반에도 공개해 보다 열린 공간에서 한미 FTA 관련 치열한 연구와 토론을 벌일 것”이라며 “독소조항을 삭제해 한미 FTA를 바로 잡는 방향으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에 “한미 FTA는 일자리 킬러(killer)”라고 밝히는 등 트럼프 캠프 측은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국가무역위원회(피터 나바로), 무역대표부(로버트 라이시저), 상무부(윌버 로스) 등 미국의 통상정책 ‘빅3’ 수장에는 강경 매파 성향이 강한 인사들이 잇따라 임명됐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작년 6월 30일 서울 외교부청사 집무실에서 프레드 업턴(Fred Upton) 미 연방 에너지·상업위 위원장 등 하원의원단(6명)을 만나 “한미 FTA가 양국 간 교역·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 호혜적 성과를 확산시켜 나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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