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증거 놓쳐”…‘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국가 상대 손배소 첫 재판

피해자, 부실수사 의혹 제기
국가 측 "객관적 증거 확보 위해 노력했다"
  • 등록 2024-07-26 오후 5:36:16

    수정 2024-07-26 오후 5:36:16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부산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가 부실 수사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수사기관이 성폭력 정황을 밝힐 수 있는 객관적 증거와 성범죄 증거 수집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2022년 5월22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서면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CCTV 영상.(사진-뉴스1)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조형우 판사는 지난 25일 피해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5000만 원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앞서 A씨는 피해자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배제됐고, 성폭력 의심 정황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A씨 측 대리인은 “수사기관이 성폭력 정황을 밝힐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며 “성폭력 의심 정황을 알리지 않아 신체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성범죄 증거 수집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범죄피해자 보호법에서 정하는 성범죄 피해자로서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국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 피해자가 직접 재판에 참석한 탓에 가해자의 보복심리를 자극해 보복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고 부실 수사로 인한 인격적 권익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가 측은 성범죄 피해자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국가 측은 “경찰은 성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고, 원고 속옷에 대해 DNA 감정을 의뢰하는 등 객관적 증거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며 “가해자를 상대로 CCTV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를 토대로 성범죄 여부에 대해 추궁하는 방식으로 신문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부실 수사를 입증하기 위한 근거로 ‘수사 매뉴얼’ 제출을 요구했지만, 국가 측은 “‘강력범죄 수사 매뉴얼’이란 책자는 존재하지 않다. 각 수사기법이 팁 형태로 모여 있는 자료는 대외비이며 악용의 우려가 있어 임의 제출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지난 2022년 5월 22일 오전 부산진구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 현관에서 일면식 없는 30대 남성 이모 씨로부터 무차별 폭행당했다.

당초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이 씨는 항소심에서 강간살인 미수가 적용돼 징역 20년으로 형이 무거워졌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씨는 해당 사건으로 구치소 감방에 수감된 이후 동료 수감자에게 탈옥 계획을 이야기하거나 출소 후 피해자를 찾아가 보복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9월 27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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