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형 살해’ 30대…법원 “심신미약 불분명, 전문 자문 후 선고”

서울남부지법 “형량 판단 안 서”
“심신미약 여부, 자문 받아 확실히 해야”
檢, 김씨에 ‘사형’ 구형…“정신 온전했다”
김씨, 지난 2월 아파트서 존속살인
  • 등록 2022-09-07 오후 2:59:17

    수정 2022-09-07 오후 2:59:17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서울 양천구 아파트에서 부모와 형을 살해한 김모(31)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는지 판단이 어려워 재판부가 전문위원의 자문을 받기로 했다.

2월 12일 부모와 형을 살해한 뒤 스스로 신고한 30대 김모씨가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재판장 김동현)는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한 선고를 미루고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 있었는지,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김씨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지만 형량을 검토하던 중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변론을 재개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 법원의 전문심의위원 자문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를 위해 검토를 해보니 상당히 끔찍하고 형량이 굉장히 중할 사건인데 피고인이 어떤 형을 복역하는 게 좋을지 판단이 안섰다”며 “(심신미약 상태) 이 부분을 확실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법원에 전문심의위원이 있는데 피고인 상태에 대해 자문을 받아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사형을 구형하며 “정신과 진료를 받아 왔으나 환각이나 환청이 없는 점을 봐서 범행 당시 정신이 온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범행이 잔혹하고 모두 가족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게 좋다”며 “생사이탈권을 법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씨는 최후 변론에서도 어린 시절 가족에게 폭행 당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을 주장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친다고 얘기했다”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친형에게 손바닥과 몽둥이로 맞으면서 학대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학대로 소심해졌고 정신감정 결과 논리적인 사고가 어려운 상태였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어렸을 적부터 가족들에게 폭언과 학대를 받아 실패한 인생을 산다고 여겼다. 이후 정신건강을 이유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된 김씨는 가족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게 됐고 범행을 결심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김씨는 이를 포기하고, 지난 2월 편의점에서 면장갑과 과도 등을 구입해 계획 범죄를 저질렀다. 흉기로 친부모와 친형을 차례로 찔러 살해한 김씨는 119에 직접 신고해 범행을 자백하며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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