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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두 번째 공판이 열리는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은 이른 아침부터 정인양 양부모에 대한 법원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법원 정문 양 옆으론 정인양을 추모하는 근조 화환 100여개가 놓였고, 법원 정문 게시판엔 ‘아동권리협약 기본 원칙’, ‘모든 어린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 등이 적힌 대자보가 걸렸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40여명은 이날 오전 6시쯤부터 파란색 우비를 입은 채 ‘정인이를 기억해주세요’, ‘양부모 살인죄 사형’ 등이 적힌 피켓을 들기 시작했다. 공판 시작을 앞두고 양모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가 법원 안으로 들어가자 협회 회원들은 “사형하라”며 소리를 질렀고, 일부는 오열했다.
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의 분노를 의식한 듯 정인양의 양부인 안모씨는 이날도 지난 첫 공판처럼 신변보호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양모 장모씨와 달리 불구속 상태인 안씨는 법원 정문에 모인 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을 피해 이날 오전 9시쯤 법정 경위 4명의 신변보호를 받으면서 후문을 통해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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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판은 지난달 13일 열린 1차 공판에 이은 2차 공판으로, 이날 공판부터 증인 신문 등 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검찰은 지난 첫 공판에서 재판부의 승인을 받아 장씨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해 살인 혐의를 ‘주위적(주된) 공소사실’로, 기존에 공소장에 적시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바꿔 기재했다.
중국인 임정정(32)씨와 우윤(31)씨는 “정인이 사건을 접하고 난 뒤 엄청난 충격을 받아 인터넷 공간에서 화를 냈더니 한국인들이 도리어 ‘중국 일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며 우리를 욕했다”면서 “모성애엔 국경이 없고, 이에 분노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만큼 이런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양부모가 올바로 처벌받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씨 측은 살인 혐의는 물론, 아동학대치사 혐의도 부인하고 있어 이날 공판부터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증인 진술을 통해 사망 당일 영상이나 목격자가 없는 집 안에서의 장씨 행동에 살인 의도가 있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이날 공판엔 이들 중 세 명이 오전과 오후로 나눠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