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전 세계가 지켜봐”…엄동에도 ‘엄벌 촉구’ 시위

서울남부지법, 17일 故 정인양 양부모 2차 공판 열어
이른 아침 재판 전부터 법원 앞은 ‘엄벌 요구’ 목소리
“전 세계가 지켜봐”…외국서 온 진정서 4444건 제출
  • 등록 2021-02-17 오전 11:28:57

    수정 2021-02-17 오전 11:32:03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해 입양 이후 지속적으로 학대해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입양 전 본명)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의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첫 공판에 이어 아동학대 방지 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재차 몰리면서 법원 앞은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분노한 시민과의 접촉을 우려한 듯 불구속 상태인 양아버지는 이날 신변 보호를 받으며 법원 후문을 통해 재판에 출석했다.

‘정인이 사건’ 피의자 입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인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두 번째 공판에도 ‘엄벌 촉구’ 목소리는 여전

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두 번째 공판이 열리는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은 이른 아침부터 정인양 양부모에 대한 법원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법원 정문 양 옆으론 정인양을 추모하는 근조 화환 100여개가 놓였고, 법원 정문 게시판엔 ‘아동권리협약 기본 원칙’, ‘모든 어린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 등이 적힌 대자보가 걸렸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40여명은 이날 오전 6시쯤부터 파란색 우비를 입은 채 ‘정인이를 기억해주세요’, ‘양부모 살인죄 사형’ 등이 적힌 피켓을 들기 시작했다. 공판 시작을 앞두고 양모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가 법원 안으로 들어가자 협회 회원들은 “사형하라”며 소리를 질렀고, 일부는 오열했다.

이 사건에 분노한 일반 시민들도 이날 법원 앞에 나와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진혜영(62)씨는 “정인이가 아파할 때 양부모가 병원에만 데려갔어도 살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은 건 살인의 의도가 있다는 증거”라며 “양모는 물론이고, 가장으로서 양부가 정인이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양부에 대한 살인 혐의 적용을 촉구했다.

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의 분노를 의식한 듯 정인양의 양부인 안모씨는 이날도 지난 첫 공판처럼 신변보호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양모 장모씨와 달리 불구속 상태인 안씨는 법원 정문에 모인 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을 피해 이날 오전 9시쯤 법정 경위 4명의 신변보호를 받으면서 후문을 통해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정인이 사건’ 피의자 입양부모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이니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중국인 어머니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정인이 사건은 전 세계 관심사”…중국인도 시위 나서

이날 공판은 지난달 13일 열린 1차 공판에 이은 2차 공판으로, 이날 공판부터 증인 신문 등 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검찰은 지난 첫 공판에서 재판부의 승인을 받아 장씨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해 살인 혐의를 ‘주위적(주된) 공소사실’로, 기존에 공소장에 적시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바꿔 기재했다.

이날 법원 앞 시위에 나선 협회 측은 양부모가 정인양을 고의적으로 사망케 했다며 살인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법정 최고형에 처해야 한다고 법원에 촉구했다. 협회는 중국,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4444건의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일부 중국인과 중국 동포들은 법원 앞 시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인 임정정(32)씨와 우윤(31)씨는 “정인이 사건을 접하고 난 뒤 엄청난 충격을 받아 인터넷 공간에서 화를 냈더니 한국인들이 도리어 ‘중국 일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며 우리를 욕했다”면서 “모성애엔 국경이 없고, 이에 분노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만큼 이런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 양부모가 올바로 처벌받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씨 측은 살인 혐의는 물론, 아동학대치사 혐의도 부인하고 있어 이날 공판부터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증인 진술을 통해 사망 당일 영상이나 목격자가 없는 집 안에서의 장씨 행동에 살인 의도가 있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이날 공판엔 이들 중 세 명이 오전과 오후로 나눠 출석할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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