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경제학]소리, 상품·서비스의 또다른 이름되다

  • 등록 2013-06-27 오후 5:34:22

    수정 2013-06-27 오후 5:50:06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띵띵 띵띠딩띵~ 띵띵 띵띠딩띵~♪♪”

어디선가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단 여섯 음이 반복될 뿐이지만 사람들은 누구 ‘아이폰’이 울리고 있는지 두리번거린다. 애플은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출시하면서 벨소리 용으로 ‘마림바’를 전화기에 깔았다. 아이폰 히트와 함께 마림바는 아이폰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마림바=아이폰’으로 인식하게 됐다.

소리가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방정식이 입증되면서 기업들마다 자사만의 고유한 소리를 개발하기 위해 ‘소리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기업가운데는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가 ‘소리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기업으로 꼽힌다. 두 회사는 휴대폰 개발에 뛰어들면서 소리 공부에 나섰다. 벨소리뿐 아니라 모바일 메신저, 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수신음을 다양하면서도 독창적으로 만들어야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심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사운드UX(사용자경험)팀에서, LG전자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연구소 내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촉감과 진동 등과 연계한 고유의 소리를 개발하고 있다. LG전자 사운드팀이 자체개발한 ‘문자왔숑’ 알림음은 지난 2010년 말 KBS드라마 ‘시크릿가든’을 통해 소개되면서 히트를 치기도 했다.

이동통신회사들도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 SK텔레콤은 ‘T’ 등 하위브랜드와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소리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가입자 본인이 아니면 상대방이 어떤 통신사를 쓰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는 점도 소리 개발에 중점을 둔 이유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 ‘띵 딩 띠딩띵’ 통화식별음이다. 일명 ‘징글음’이라 불리는 이 소리는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따르릉’이 울리기 전 짧게 수신자가 SK텔레콤 고객임을 알려 준다. SK텔레콤의 징글음은 지난 3월 SK텔레콤 고객끼리 무제한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T끼리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되며 위력을 발휘했다.

이 요금제를 신청한 고객은 전화를 걸어 해당 징글음이 나오면, 상대가 SK텔레콤 고객이기 때문에 요금 걱정 없이 통화할 수 있는 것이다. ‘T끼리 무제한’ 요금제는 최근 3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현대자동차(005380)기아자동차(000270)도 소리개발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세계 5위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한 현대·기아자동차도 고유의 소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급 자동차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선 ‘소리의 품격’도 함게 올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기아차는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 ‘사운드와 소음·진동리서치랩’을 작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과거 소음을 잡아내는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소리를 디자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인재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소리 디자인 공모전을 매년 열어 작곡과나 다양한 소리 연구 경험을 가진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친밀감을 얻기 위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소리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기억하고 그 기억으로부터 친민감을 두며 제품·서비스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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