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83만원 올리고 최소매수 수량 삭제한 배경은

같은 가격이면 공개매수 종료일 빠른 MBK에 유리
고려아연 자사주 매각, 지분율 변화도 중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재인상 반격 가능성도
  • 등록 2024-10-04 오후 3:58:49

    수정 2024-10-04 오후 4:23:36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4일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돌입한 가운데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다시 한번 공개 매수가를 인상하며 맞불에 맞불을 놨다.

당초 이날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로 예정돼 있었으나 가격과 조건이 변경되면서 공개매수 마감일이 이달 14일로 연장됐다. 양측이 경쟁적으로 공개매수 금액을 높이면서 지분 확보를 위한 ‘쩐의 전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영풍(000670)·MBK 측은 이날 오후 공시를 통해 고려아연 공개 매수가를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10.7% 추가 인상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010130)은 앞서 지난 2일 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는데 조건을 똑같이 맞춘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가 영풍·MBK 연합이 애초 제시한 공개매수가 75만원을 넘어서면서 가격 추가 인상과 공개매수 연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풍·MBK 측은 공개 매수가와 더불어 발행주식총수의 약 7%였던 최소 매수 수량도 삭제했다. 청약 물량이 최대매수 수량 목표치에 미치지 않더라도 응모 주식을 모두 사들인다는 것이다.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최대 매수 수량은 302만4881주로 발행주식총수의 약 14.6%에 해당한다. 청약 주식 수가 최대 매수 수량 미만일 경우에도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하며 최대 매수 수량을 초과하면 최대 매수 수량만큼만 안분비례해 매수할 예정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각사)
MBK연합이 공개매수가격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과 동일한 83만원으로 선정한 데는 같은 가격이라면 고려아연보다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측의 공개매수 종료일은 이달 23일로 영풍·MBK 측의 마감일인 14일보다 9일 늦다. 공개 매수가가 이대로 유지될 경우 매도자는 영풍·MBK 측에 주식을 우선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최소매수 수량을 삭제한 것은 향후 지분율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로 사들인 자사주(최대 지분 15.5%)를 모두 소각할 방침이다. 결국 이번 공개매수 후 영풍·MBK 측은 단 1% 매수한 주식도 고려아연 지분율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지만, 최윤범 회장 측은 그렇지 못하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의 매수가격 추가 상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풍·MBK 연합이 진행하는 공개 매수에 대한 참여 유인을 낮추기 위해서는 결국 매수가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이 이번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위해 투입하는 자금은 총 3조1000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이 약 2조7000억원을, 베인캐피탈이 약 4000억원을 부담한다. 고려아연은 2조7000억원 가운데 1조5000억원은 기존 보유 현금 등을 활용해 마련하고 1조2000억원은 금융기관 차입금 등으로 마련한다.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재무적투자자(FI)로 고려아연 주식을 취득한다. 투입하는 자금은 약 4000억원이다. 고려아연 측에서 반격을 위해 공개 매수가를 올리려면 재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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