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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4월 대구·경북 세계물포럼 당시 이틀간 고향 경주에 머물렀다. 여기서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현황 등을 보고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장관 시절부터 경주 출마를 염두에 뒀다는 것은 지역정가에서 공공연한 얘기다. 그는 ‘장관 쌈짓돈’인 행자부 특별교부금을 지난해 경주에 과다 배분(99억2200만원)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 장관의 ‘대구 출마설’이 떠올랐다. 그것도 현재 류성걸 새누리당 대구시당위원장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갑으로 특정돼 알려지고 있다. 대구·경북(TK) 정가 한 인사는 “정 장관이 왜 대구 동구갑에 출마하려 하는지 뚜렷한 이유는 없다”면서 “청와대의 의중이라는 게 확실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친박계(친박근혜계)를 자부해온 류성걸 의원도 졸지에 ‘유승민 사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류 의원은 다른 대구 초선 의원들과는 달리 유승민계로 불리기 애매하다. 정가 관계자는 “윗선(청와대)에서 친박계 시당위원장까지 표적 삼아 대구 판을 아예 흔들어 버리려는 시도 외에는 달리 해석이 안 된다”고 했다. 몇 달 전 류 의원의 시당위원장 취임 이후 총선 체제로 전환한 대구시당 역시 혼란스러운 기류가 역력하다. 총선을 지휘할 시당위원장의 거취 자체가 불투명한 탓이다.
윤상직도 대구 출마설…“윗선의 의중 있었을 것”
대구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박근혜 키즈들’이 대거 대구에 내려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해지면서다. 박 대통령을 위시한 친박계의 추후 정치 지분과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정가 전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장관은 부산고 출신인데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의 폐로를 결정하는 등 부산 출마설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때도 새누리당의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 적이 있다. 다만 TK로 방향을 튼 것은 역시 자의에 의한 건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윗선’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그는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고향(경북 경산)이 같다. 둘은 같은 ‘위스콘신 사단’이기도 하다.
유승민계로 채워진 대구 초선들의 지역구는 이미 박근혜정부 내각·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대구 달성(현 이종진 의원) 출마가 유력시된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구 서구(현 김상훈 의원) 출마설이 나온다. 언론인 출신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이미 대구 북구갑(현 권은희 의원)에서 뛰고 있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과 이인선 전 경북도 부지사 등 친박계 인사들도 각각 대구 동구을(현 유승민 의원)과 대구 중구·남구(현 김희국 의원) 출마를 준비 중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임기 반환점을 돌았는데도 이상하게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오른다”면서 “‘선거의 여왕’이 무서운 건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TK 같은 ‘쉬운’ 지역구 노리는 박근혜키즈 비판도
다만 박근혜 키즈들이 ‘쉬운’ 지역구만 찾아간다는 비판도 나온다. TK 지역구는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된 곳이다. 임명직 비례대표 의원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다. 특히 박 대통령은 TK의 ‘정신적 지주’다. 또다른 정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대구에 내려가 시장을 한 번만 돌면 게임은 끝난다”고 했다.
총선 프레임이 ‘개혁’ 혹은 ‘혁신’이 아니라 ‘배신’으로 짜여지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데일리가 최근 민심 탐방차 대구를 찾았을 때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인기가 많다”는 의견과 함께 “경기가 침체돼 변화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