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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은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디지털화해 전송할 수 있도록 전산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전산화된 서류는 의료기관에서 중개기간을 거쳐 보험사에 전달된다. 현재 유력한 중개기관으로 거론되는 것은 보험개발원이다.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릴 수 있는 법사위의 특성상 당일 특별한 이견이 없다면 통과될 예정이다. 다만 법안 상정에 앞서 열리는 현안질의가 길어질 경우 다음 법사위 전체회의인 18일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도 종이영수증 받아 팩스로 보내야 보험료 받아”
실손보험은 작년 말 기준 약 3997만명이 가입, 연간 1억건 이상이 청구돼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지만 복잡한 청구절차에 따른 불편이 지속했다. 보험금을 청구할 때마다 가입자가 의료비 증빙서류(진단서, 진료비 영수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을 의료기관에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매년 수천억원대 실손 보험금이 청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1년과 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 보험금은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으로 추정된다.
보험사 실손보험 실적 자료를 보면 2021년에는 12조4600억원이, 2022년에는 12조8900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윤 의원실은 올해 지급되는 보험금을 13조3500억원으로 추정했을 때 미지급 보험금이 3211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으로 보면 약 2760억원 규모의 실손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셈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개선을 권고한 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법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됐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6건 발의돼 지난 6월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의료계는 계속 반대 중이다.
의료계 “개인정보유출” vs 보험사 “구시대적 일처리”
보험업계는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간소화에 따라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늘어나더라도 ‘아날로그 일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다. 의사들이 비급여 진료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입을 지키기 위해 전산화를 반대한다고도 주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 가입자들이 팩스나 이메일로 보내는 진단서, 진료비 영수증을 보험사 직원이 일일이 입력해 처리하고 있다”며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면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데이터 축적으로 쓸 데 없는 보험비가 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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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함께’ 등 9개 소비자단체연합도 이날 “이제 의료계도 더 이상 무조건적인 반대를 즉각 멈추고, 소비자들의 편리한 실손 보험금 청구를 위해 대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국민적 신뢰를 얻는 길이며, 이해관계자 모두가 상생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단지 종이서류가 전자문서로 바뀐다고 해서 보험금 지급, 다른 보험가입 거절, 개인정보유출 우려가 커진다는 의료계의 근거 없는 주장은 더 이상 국민들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