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사장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7676만7851원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선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횡령·사기 등 혐의는 일부만 유죄로 인정하거나 무죄 판결했다. 무엇보다 이 전 부사장이 라임의 최고운영책임자(CIO)로 펀드를 관리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펀드 돌려막기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점을 재판부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청렴의무를 저버리고, 신규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기존 펀드의 손실을 감추고자 또다른 펀드에 손실을 내 돌려막기식 운영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돌려막기 정황을 감추려 보관업체를 이용하는 등 정상투자처럼 보이도록 해 무책임한 운영을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펀드 사기로 인한 실형 선고를 제외하면 범죄전력이 없는 점, 이익을 취득한 부분을 일부 인정하면서 반성한 점, 오랜 기간 계속된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응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투자자를 속여 편취한 금액, 배임 피해액이 수백억에 이르는 등 사적 이익을 취했다”며 이 전 부사장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40억원을 구형했다. 또 추징금 18억8668만여원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뇌물 수수·법인자금 사적 이용…총 피해액 918억원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 자금이 투자된 상장법인 A사가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투자 손실을 보게 되자 다른 펀드 자금으로 이른바 ‘돌려막기’ 투자를 해 라임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라임의 투자 손실이 공개돼 펀드 환매 요청이 들어오거나 신규 투자가 중단되는 것을 우려한 이 전 부사장이 부실화된 A사 전환사채(CB) 등을 200억원에 고가 인수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차명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제3자를 통해 운영하면서 자금을 보관하다 채무가 발생하자 이를 정리하기 위해 법인이 보유하던 6억원을 사용했다”며 “법인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전 부사장은 기존 펀드의 환매 자금으로 사용할 의도였는데도 마치 해외 무역펀드에 직접 투자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판매한 혐의로도 기소돼 지난 1월 열린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부사장은 지난 14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전 우리은행장) 등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