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으로 확바뀐 당정 기조
정부·여당이 최근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손질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정부 출범 초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기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중소기업 민생탐방에서 “입법 보완을 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에서 “기업들이 과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니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과세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세제개편안에 반영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동안 규제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돼 온 중소·중견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이 포함된 것이 주목된다. 이는 “경제민주화를 외면하는 기업들은 판단 착오”(4월 19일 현오석 부총리)라고 경고하던 정부 출범 초기와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달라진 분위기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가 심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방망이를 휘둘러서는 절대 안 된다”(5월 29일 국민경제자문회의)고 하자, 현 부총리는 “경제민주화가 기업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한다”(6월 18일 공정위·국세청·관세청장 간담회)고 이어받았다.
이러한 기조는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의 규제를 완화, 투자·고용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30일 정부의 세제개편 방향과 관련 “투자를 촉진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야당과 여당 일각에선 경제력 집중 완화와 편법적인 부(富)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시행 첫해부터 대기업에까지 규제 완화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완화되면서, 경제민주화의 후퇴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장 민주당은 “중소·중견기업이 문제라면 그들에 대해서만 과세요건을 완화하면 되는데, 이제와서 은근슬쩍 대기업을 끼어넣는 것은 명백한 경제민주화 후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시작도 안했는데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이혜훈 최고위원)는 지적이 나온다.
9월 중점법안도 온도차 ‘뚜렷’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이날 “지난 임시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중요한 경제살리기 법안들을 정기국회때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이 언급한 법안은 ▲해외자금 국내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수직증축 허용 등을 담은 주택법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시장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이다.
반면 민주당은 6월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법의 처리를 우선 순위에 두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법안이 ▲불공정한 갑을관계 해소를 위한 대리점 공정화법 ▲통상임금 및 정리해고 요건 강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관계법 ▲전세계약갱신권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법 등이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했던 경제민주화· 민생· 을(乙)지키기 관련법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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