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주식 다음은 부동산?…치솟는 미 집값도 꺾이나

빠르게 식고 있는 미국 부동산 시장
금리 급등에 모기지 신청, 22년래 최저
기존주택 거래 건수, 5개월째 감소세
'수요 돌연 급감' 3년래 처음 매물 쌓여
"연준·ECB 긴축 정책, 파장 일으킨다"
거래액 큰 부동산, 실물경제 충격 클듯
  • 등록 2022-07-21 오후 2:21:53

    수정 2022-07-21 오후 9:35:44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코로나19 팬데믹 내내 초저금리를 등에 업고 호황을 보였던 미국 주택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신청 건수가 2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택 거래는 1년 전보다 14% 이상 급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긴축에 금리가 뛰면서 부동산 위축이 가시화하는 기류다. 특히 주택은 거래 액수가 크고 많은 부채까지 동반하는 만큼 주식 등 다른 자산들보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마을의 주택에 매물 팻말이 걸려 있다. (사진=AFP 제공)


모기지 신청 건수, 22년래 최저

20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주 모기지 신청 건수가 전주 대비 6.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최저치라고 CNBC는 전했다.

주택 매입을 위한 모기지 신청은 한주간 7%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위한 재융자 신청은 4% 감소했다. 재융자 신청 건수 역시 2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엘 칸 MBA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전망 악화, 높은 인플레이션, 가격 부담이 구매자들의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에 금리가 뛰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공포까지 겹치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대출액 64만 7200달러(약 8억 5000만원) 이하에 대한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는 5.74%에서 5.82%로 상승했다.

모기지 신청이 줄면서 거래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인협회(NAR) 집계를 보면, 6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전월 대비 5.4% 줄어든 512만건을 기록했다. 전문가 전망치(535만건)를 큰 폭 하회한 수치로, 2020년 6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4.2% 감소했다. 6월 매매 건수는 올해 1월 619만건을 정점으로 5개월 연속 감소세다.

뉴저지주 북동부에서 활동하는 한 부동산 중개인은 “높아진 금리로 인해 처음 집을 사람들(first home buyers)도 주택 매수에 주춤하지만 투자자들은 특히 더 망설이고 있다”며 “투자 목적으로 사는 고객들에게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가 뛰면서 ‘내 집 마련’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S&P 글로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처음 집을 사는 사람들 중 하위 40%는 이미 시장에서 밀려났다고 분석했다. 집을 살 때 떠안아야 하는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위 20% 가구의 경우 월 모기지 비용을 지불하려면 소득 전체를 써야 한다고 S&P 글로벌은 전했다.

3년만에 처음 주택 매물 쌓였다

상황이 이렇자 부동산 시장에는 매물이 쌓이고 있다. NAR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주택 수는 126만건으로 3년 만에 처음 증가했다.

이 와중에 주택 가격은 아직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6월에 팔린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41만 6000달러(약 5억 5000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전년 동월 대비 13.4% 급등한 수치다.

하지만 상당수 수요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기류가 뚜렷해, 집값 폭등세가 곧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실제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 매도자들이 호가를 낮추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각에서는 주식과 가상자산 등에 이어 부동산이 본격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런스 윤 NAR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와 주택 가격이 너무 단기간 급등했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각 가구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자산들보다 커서, 추후 실물경제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근래 도지코인 창업자인 빌리 마커스가 주식과 가상자산으로 이어진 가치 폭락의 다음 순서가 부동산이라는 의미의 그림을 공유하며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의 종말”이라는 트윗을 올리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실이다”(True)라는 짤막한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튜 그레이엄 모기지뉴스데일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시장이 (공격 긴축을 하겠다는) 연준의 최신 통화정책을 소화하면서 주택 수요가 줄었다”며 “(11년 만에 금리를 올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발표 역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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