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의 '퍼주기'인가, 국제사의 '디스카운트'인가

기업 신용등급, 신평사 '국적' 따라 현격한 차이
"알파벳만 같을 뿐 아예 다른 등급" 의견도
  • 등록 2015-02-16 오후 2:29:05

    수정 2015-02-16 오후 2:29:05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월 30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의 장기 기업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아웃룩)은 ‘안정적’. ☞관련기사 바로보기-S&P, 현대차 3社 'A등급' 부여…글로비스는 'BBB+' 유지(종합)

국제 신용평가사가 우리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긴 신용평가를 보면 의아해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3사가 매긴 현대차(005380)의 등급은 ‘AAA’, 아웃룩 역시 ‘안정적’으로 최상위급이다. S&P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현대차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국내 신평사에서 최상위 등급(AAA 안정적)을 받는 SK텔레콤(017670) 역시 국제 신평사에게는 ‘A-’등급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GS칼텍스(6등급), 포스코건설(6등급)등 대다수의 기업이 5~6계단 차이 나는 등급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물론 국내 기업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국내 신평사의 경우, 등급을 비교적 등급을 후하게 매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속살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설명이 힘을 얻는다.

먼저 국제 신평사의 경우, 우리 정부의 등급을 A+(S&P), AA-(피치), Aa3(무디스)로 평가한다. 반면 국내 신평사의 경우, 출발점이 ‘AAA’이다. 국내 신평사의 경우 한국이라는 시장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반 에서 출발하지만 국제 신평사는 한국의 국가 부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출발부터 4개 등급이 차이가 난다.

물론 이러한 벤치마크를 따진다고 해도 1~2등급의 차이는 남는다. 그러나 국내 신평사들은 ‘국내’라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기업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직면했을 때, 국내 투자자가 국내 법원의 판결로 변제받을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 반면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이 동일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나,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채무 불이행 상태에 진입했을 때 변제받을 가능성은 급격히 줄어든다 .

피경원 NICE신평 평가기준실장은 “국제 신평사로부터 ‘BBB-’를 받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 신평사로부터 평가를 받는다고 ‘A’를 반드시 받지는 못한다”며 “발행 지역이나 대상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내부 사정에 따른 변화나 특수성은 오히려 국내 신평사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신평사의 경우 업황을 기반으로 탑 다운(Top down·하향식)시각에서 평가하는 반면, 국내 신평사는 탑다운과 바텀업(Bottom up·상향식)식 관점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국제신평사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앞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준홍 S&P 이사는 “글로벌 신평사에서 적용하는 그룹 평가 방법론은 국제적 기준으로 형성된 것”이라며 “지분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국 실정을 감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감안할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등급 체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회사채 주요 고객인 기관투자자와 발행사는 차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기업을 판단할 때,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며 “일각에서는 알파벳 등 표기법을 다르게 하자는 의견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일명 ‘퍼주기 논란’은 국내 신평사와 국제 신평사의 비교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들의 재무비율이나 채무상환 능력에 걸맞은 등급을 받았는지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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