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변방으로 물러난 에릭슨, 특허괴물로 변신?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한때 휴대폰 업체였던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협력사였던 삼성전자(005930)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려나 더 이상 승산이 없을 것으로 보이자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를 압박, 특허 사용료를 내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에선 알카텔-루슨트가 LG전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 재판이 열리는데, 한때 시장을 선도하다 지금은 몰락한 IT(정보기술) 업체들이 ‘특허괴물’로 변질된 씁쓸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에릭슨은 27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에 “지난 2년간 진행한 협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프랜드(FRANDㆍ공정하고 합리적인 특허사용) 조항에 합의하지 못했다”면서 “이에 따라 이날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 법원에 삼성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에릭슨과 삼성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양사는 지난 2002년 무선통신 등에 사용되는 특허사용권 계약을 맺었고 2007년 한 차례 갱신했다. 특허계약기간은 5년 단위이며 올해가 만료되는 시점이다. 에릭슨은 지난 2년동안 삼성측에 계약연장을 요구했으며 이 과정에서 다소 무리한 특허 사용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은 프랜드 조항을 적용해 특허사용 연장을 거부, 결국 양사 관계가 틀어지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에릭슨은 “삼성이 프랜드 조항을 적용해 라이선스 계약연장을 거부하면서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에릭슨이 삼성에 특허시비를 건 것은 결국 돈(특허사용료) 때문으로 보인다. 에릭슨은 소니와 함께 지난 2001년 소니에릭슨이란 회사를 세워 휴대폰시장에 도전한 바 있다. 지난 2007년만 해도 에릭슨의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9.2%로 노키아와 삼성전자, 모토로라에 이어 세계 4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자 결국 지난해 소니에게 소니에릭슨 지분 50%를 넘기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에릭슨은 휴대폰 사업에선 더 이상 수입이 발생하지 않다보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소송전이란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된다. 소송전은 상대방을 압박하고 특허 사용료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에릭슨 외에도 노키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야후 등은 최근 실적 부진에 시달리자 자사가 확보한 특허를 이용해 특허소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한때 IT(정보기술)시장을 주름 잡았다가 현재는 존재감이 사라질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신현준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과 애플이 벌이는 특허전은 서로의 스마트폰 사업을 방해하기 위한 성격이라면 이번 건은 에릭슨이 축소된 휴대폰 사업에서 안정적인 로열티 수입을 얻기 위해 소송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에릭슨의 소장 내용을 입수해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선 프랑스통신 솔루션업체인 알카텔-루슨트와 애플·LG전자 간의 특허소송 재판이 시작된다. 알카텔-루슨트는 지난 2010년에 애플과 LG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LG전자측 관계자는 “알카텔 루슨트를 특허괴물로 보고 있다”며 “특허괴물에는 강경 대응한다는 원칙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