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소액주주, 엘리엇 '합병반대' 동조…시장 이목 집중(종합)

  • 등록 2015-06-09 오후 4:15:02

    수정 2015-06-09 오후 5:35:34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삼성물산(000830)제일모직(028260)의 합병에 반대 입장을 밝혀 온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법적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소액 주주들이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국내 대형 상장사에서는 사실상 최초의 사례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엘리엇은 9일 서울중앙지법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막기 위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에 현금배당뿐 아니라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여기에 삼성물산의 일부 소액 주주들도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엘리엇 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지난 5일 인터넷에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http://cafe.naver.com/black26uz3) 카페를 개설했다. 현재 이 카페의 회원 수는 1200여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합병비율이 자본시장법상 문제는 없지만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시점에 진행됐기 때문에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준 시가에 따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1대 0.35로 정해졌지만 삼성물산이 실질적인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말 기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자산은 각각 9조5110억원, 29조5060억원으로 삼성물산이 3배 이상 많다. 지난해 영업이익 또한 제일모직이 2134억원, 삼성물산은 652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삼성전자(005930) 지분 4.1%를 포함해 제일기획(030000) 12.6%, 삼성SDS 17.1%, 제일모직(028260) 1.4%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 가치는 약 1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엣 입장에서는 주총 개최를 금지시킨다는 것보다 결의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알리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에도 주주로서 법률적으로 다툴 수 있는 부분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합병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 주주들의 이익증가를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과 승계 과정에서 가장 유리한 시점에 합병 결정을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과 이해관계자들이 배제돼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채 연구위원은 삼성물산 주가가 가장 낮은 시점에 합병이 추진된 것을 그 근거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합병가액, 비율 등 현행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사항”이라며 “아직 엘리엣으로부터 접수된 관련 서류가 없다. 법적인 절차를 검토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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