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융단폭격에 지역소주 ‘고사’ 위기

작년 시장 점유율 하이트진로 59.8%·롯데칠성 18%등 77.8%
선양·보해·금복주·대선 등 지역소주사 대부분 영업이익 급감
선양소주, 임금동결 및 지역소주사랑캠페인 등 애향심 호소
  • 등록 2024-09-02 오후 3:24:03

    수정 2024-09-03 오전 7:31:16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대기업 주류업체들의 융단폭격식 마케팅으로 지역소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선양소주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군소 소주업체들은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애향심에 호소하는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대기업 광고 마케팅에 한없이 밀리고 있다.

㈜선양소주 임직원들이 대전시내 주요 교차로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역소주 사랑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선양소주 제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주 소매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점유율은 59.8%, 롯데칠성음료는 18%로 2개사의 점유율은 77.8%에 달한다.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각각 12.3%포인트, 5.5%포인트 올랐다. 소주 시장이 ‘1강·1중·다약’ 체제로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국구 소주사들의 매출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소주 판매로 1조 22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도 전년 대비 22.4% 급증하면서 지난해 338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소주 시장에서 전국구 주류업체들의 매출이 급등한 반면 지역 군소업체들의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좋은데이’로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무학을 제외하고는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호남권 지역소주의 대명사 ‘잎새주’를 제조하는 보해양조는 지난해 매출이 9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지만 2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대구·경북지역 지역소주사인 금복주는 지난해 매출이 5.7%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95.7% 급감했다. 대선주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3.7% 급감했고, 선양소주와 한라산 등도 적자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참이슬·처음처럼 등은 ‘제로 슈거’나 카스·테라·켈리 등 맥주와 ‘소맥’ 콜라보 마케팅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 영역을 꾸준히 넓힌 반면 지역소주 주요 소비자 층은 점차 고령화되면서 점유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맑을 린’을 제조하는 충청권 주류업체 선양소주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473억 원이다. 지난 2022년 기록한 498억 원보다 5%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

충청권을 대표하는 선양소주는 증류식 소주 ‘사락’에 이어 지난해 14.9도의 국내 최저 도수 소주 ‘선양’을 출시했지만 기대했던 수준의 호응은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선양소주는 최근 직원 임금을 동결한 데 이어 지역민에 관심과 응원을 호소하는 ‘지역소주 사랑 캠페인’까지 시작했다. 김규식 ㈜선양소주 사장은 “대기업의 광고마케팅 물량공세로 우리회사를 비롯해 전국의 지역소주회사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 51년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지역소주에 다시 한번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선양소주는 충청도 일원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1973년 설립한 금관소주가 모태이다. 충청권 대표 향토기업으로 계족산황톳길 조성 및 관리, 선양·맑을린 오페라단의 뻔뻔한 클래식 무료 공연, 지역사랑 장학금 후원, 소주병 라벨을 활용한 공공기관 축제 홍보, 임직원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 상생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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