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결론이 ‘사퇴 권고’로 정해진 8일 오후 12시55분께, 유승민 원내대표는 곧바로 결심을 굳혔다. 유 원내대표는 애초부터 의총 결론이 나오면 곧장 원내대표직을 던질 생각이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20여분 후인 오후 1시20분께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수많은 취재진 앞에 섰다.
먼저 고개를 숙이고는 이내 준비한 A4 용지 두 장짜리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회견문의 앞부분은 사과로 채워졌다.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된 나날을 살아가시는 국민 여러분께 저희 새누리당이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큽니다. 참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유 원내대표는 회견문 중간쯤 또 한차례 사과를 했다. 그는 “거듭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용서와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당시 첫번째 사과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류다. 유 원내대표는 당시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대통령께서도 저희들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첫번째 사과때는 막 시작된 ‘유승민 정국’을 어떻게든 봉합하려는 차원이었지만 이제는 ‘진짜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와 친박계(친박근혜계)의 강한 사퇴 압박이 원칙과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당권 혹은 대권주자로 업그레이드 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유 원내대표는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면서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