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사퇴했지만…朴대통령엔 사과하지 않았다

유승민, 8일 원내대표직 사퇴…朴대통령 언급 빠져
첫번째 사과 때와 달라진 기류…'진짜 속내' 관측도
  • 등록 2015-07-08 오후 2:48:15

    수정 2015-07-08 오후 5:52:34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결론이 ‘사퇴 권고’로 정해진 8일 오후 12시55분께, 유승민 원내대표는 곧바로 결심을 굳혔다. 유 원내대표는 애초부터 의총 결론이 나오면 곧장 원내대표직을 던질 생각이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20여분 후인 오후 1시20분께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수많은 취재진 앞에 섰다.

먼저 고개를 숙이고는 이내 준비한 A4 용지 두 장짜리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회견문의 앞부분은 사과로 채워졌다.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된 나날을 살아가시는 국민 여러분께 저희 새누리당이 희망을 드리지 못하고 저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혼란으로 큰 실망을 드린 점은 누구보다 저의 책임이 큽니다. 참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유 원내대표는 회견문 중간쯤 또 한차례 사과를 했다. 그는 “거듭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용서와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사과의 대상에 박근혜 대통령은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넓게 해석해 박 대통령도 ‘당원’이긴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자신을 공개 비판한 박 대통령에게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관측이 여권 일각에서 나왔다.

지난달 26일 당시 첫번째 사과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류다. 유 원내대표는 당시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대통령께서도 저희들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첫번째 사과때는 막 시작된 ‘유승민 정국’을 어떻게든 봉합하려는 차원이었지만 이제는 ‘진짜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법’ ‘원칙’ ‘정의’ 등 거대담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제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청와대와 친박계(친박근혜계)의 강한 사퇴 압박이 원칙과 정의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당권 혹은 대권주자로 업그레이드 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유 원내대표는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면서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도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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