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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국장은 “이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우리는 미국과 신남방정책이나 인도차이나 전략 등을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며 “새롭게 제안되는 다른 지역협의체 이니셔티브에 참가할지 고민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차단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다양한 종류의 동맹과 파트너 간 연대를 구상하고 실제로 동맹국에 제안하고 있다. 2004년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초대형 쓰나미 복구 논의를 위한 임시협의체인 쿼드를 안보 협의체로 발전시키고 이를 확장하는 것 역시 그 일환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등은 쿼드의 확장 필요성을 언급하며 그 후보국으로 우리나라와 베트남, 뉴질랜드 등을 거론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정부가 한국이 포함된 7개 협의체가 안보를 논의하는 ‘동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만들려고 한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우리 정부는 그간 미국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참여 제안이 온 적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그러나 이날 고 국장의 발언은 쿼드가 나토처럼 러시아, 중국 등 공산권을 견제·배제하는 군사동맹의 성격을 띤다면 이는 참여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고 국장은 “미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게도 쿼드에 참여할 것을 얘기하고 있는데 아태 지역 협의체로서는 이외에도 다른 이니셔티브가 많다”고도 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쿼드의 인지도와 중요성이 커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공유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떤 행동을 같이 할 것인지, 또 참여국가에 대해서 배타적이 될 것인지 포용적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의 참여 신청을 받을지도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쿼드가 제도화되거나 공식적인 협의체로 기능한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쿼드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조차 반중 전선이라는 색채가 강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어떤 식의 협의체로 발전시킬지 미국 내부적으로도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쿼드 참여국 4개국은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장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4개국은 쿼드 회의를 연 1회 정례화하는 것에는 합의했으나 공동 성명문 등을 내지 못했다. 미국이 중국견제를 외친 반면, 다른 국가들은 소극적이었던 탓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가장 보조를 잘 맞추고 있는 일본조차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반중 포위망은 전략적인 잘못”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퍼 부차관이 쿼드 플러스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을 꺼린 반면,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쿼드는 점점 공식적인 조직이 되어갈 것”이라며 “한국은 최소한 간접적이라도 이 협의체를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한다’는 조항이 삭제된 것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내퍼 부차관보는 “어떻게 주한 미군을 주둔시킬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멀지 않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메시지는 광의적 의미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 조항이 빠지면서 한국이 위협을 느끼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퍼 부차관보의 이같은 발언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단계로까지는 이어지지 않겠지만, 현재 주한미군의 주둔 방식이나 규모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 국장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를 하면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글로벌 전체에서 포지셔닝을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그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빠졌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