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보다 안정`..새 우리은행장에 맡겨진 숙제는

우리·광주·경남, 민영화 중심역할 기대
내부갈등 봉합 시급..영업경쟁 본격화할 듯
  • 등록 2011-03-22 오후 4:44:12

    수정 2011-03-22 오후 6:13:37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이변은 없었다. 2인자가 1인자가 됐으니 순리에 가깝다.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새로 우리은행장이 된 이순우 수석부행장 얘기다.

지난 2004년부터 우리은행 부행장을 역임하면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이 수석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내정됐다. 막판까지 치열한 혼전양상이 전개됐으나 우리금융(053000)은 혁신보다는 조직안정에 무게를 뒀다.  
▲ 우리금융은 22일 우리은행장에 이순우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경남은행장에 박영빈 경남은행 직무대행, 광주은행장에 송기진 현 광주은행장을 내정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순우, 박영빈, 송기진)
  ◇ 내부사정에 정통한 경영진 구축   광주은행장과 경남은행장도 마찬가지. 광주은행장에는 송기진 현 행장, 경남은행장에는 현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영빈 대행이 내정돼 예상을 깨는 파격인사는 없었다.

우리금융 내부에선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이종휘 현 행장에 이어 수석부행장이 은행장이 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경영의 일관성과 조직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은 한사람이 오랫동안 경영을 맡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10년간 행장이 다섯번이나 바뀌어 거래업체들 사이에선 `알만하면 바뀐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런 상황에선 매니지먼트(관리)가 중요한데, 이 수석부행장은 그런 측면에서 누구보다 장점을 가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박영빈 경남은행장 내정자도 우리금융 내에선 경남은행에 대해 가장 정통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4년 경남은행의 수석 부행장을 맡았고, 지난해 말부터는 경남은행장 직무대행을 수행해 일찌감치 유력한 경남은행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지난 2008년 광주은행장에 취임한 송기진 은행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조직개편과 중소기업 육성, 수익성 위주 내실경영 등 은행의 체질 개선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 민영화 속도낸다..후보간 갈등 치유가 과제

우리금융 계열 은행장들의 일차적 과제는 민영화 추진에 있다. 오종남 우리금융 자회사 은행장후보추천위원은 "민영화 등 현안 과제를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지, 이팔성 회장과 호흡을 맞춰서 일할 수 있는 적임자는 누구인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해 후보를 확정했다"고 말했다.   민영화라는 최대숙제를 앞에 두고 예상밖의 인사로 빚어질 수 있는 조직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가 적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내정자들은 그간 이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이외에도 새롭게 내정된 이들이 풀어야할 과제는 만만치않다. 우선 후보자간 과열경쟁으로 벌어진 틈을 서둘러 봉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우리은행이 그렇다. 후보자 5명이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갖가지 루머가 돌았고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일까지 입에 오르내리면서 후보자들간 상처가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상업은행 출신의 승리`라며 평가절하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연임에 성공한 송기진 광주은행장은 물론이고 이순우 차기 우리은행장도 상업은행 출신이다. 따라서 후보자간 상처를 어루만지고 앞으로 이뤄질 인사에서 출신은행이나 학연, 지연에 상관없이 공정한 인사를 단행하느냐 여부가 리더십의 중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순우 차기 우리행장은 업무능력을 가장 중시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는 "일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게 중요하지 어느은행 출신인지 등은 중요하지 않다"며 "위기극복과정에서 어렵지만 잘 견뎌준 임직원을 어떻게 신바람나게 끌고갈 것인지가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책무"라고 말했다.

◇ 영업경쟁 본격 점화

우리금융을 비롯해 은행권 주요 최고경영자(CEO)의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은행들의 영업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팔성 회장은 이날 행추위가 끝난 뒤 이데일리와 만나 "재무제표 수치들이 많이 떨어져있다. 국내 영업 활성화에 방점을 둬야한다"며 공세의 고삐를 당기겠다는 의도를 피력했다. 다른 은행들에 비해 인사가 늦어지면서 영업경쟁에 뒤처졌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민병덕 행장을 선임해 남들보다 빠르게 내부 전열을 가다듬은 국민은행은 올해초 기업금융시장을 공략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극심한 경영권 분쟁을 겪은 신한금융은 한동우 회장이 내일(23일) 공식적으로 취임하는대로 서진원 행장과 함께 적극적인 영업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유 회장과 김정태 행장의 연임이 확정된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와 통합작업에 매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부진했던 국민은행이 치고 나가면서 연초부터 다른 은행들이 긴장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주요 CEO 인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은행권 4강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이순우 "꾸준한 고객관리..신뢰얻어야"   전쟁터로 떠나는 이순우 차기 행장의 전략은 뭘까. 그는 사석에서 수도권에 소재한 모 버스운송회사 얘기를 꺼냈다. 금호고속보다 더 많은 버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 회사는 특정회사의 버스와 기름만 사용한다고 한다. 품질을 믿을 수 있고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금 거래가 많은 버스운송업자는 은행측에도 큰 고객이다.  이 회사가 변치않고 주거래은행으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 우리은행이라고 한다.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이순우 차기 행장은 "이런 고객이이 많아야 국내 1위와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고객들이 더욱 신뢰를 갖고 거래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영업전략의 핵심이 무엇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 관련기사 ◀ ☞은행권, 법정관리 LIG건설 익스포져 4400억 추정 ☞박영빈 경남은행장 내정자 "1등 지방은행 만들 것" ☞우리은행장에 이순우 내정..이팔성 "영업활성화 방점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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