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Vision Pro) 개발을 주도하고 이전에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로 활동했던 리치오 부사장이 애플을 떠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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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오 부사장이 담당했던 비전제품그룹(VPG)의 수천 명의 엔지니어들은 앞으로 애플의 하드웨어 책임자인 존 터너스가 관리 한다. 소식통들은 리치오 부사장 직속인 마이크 록웰이 VPG를 계속해서 이끌 예정이라고 전했다.
1998년 애플에 제품 디자인 그룹 디렉터로 입사해 애플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시대를 모두 함께했던 리치오 부사장의 퇴진은 애플의 핵심 경영진에서 가장 중요한 이탈 중 하나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그의 퇴장은 2019년 애플 아이폰 디자인의 전설로 불리는 조니 아이브 디자이너의 이탈 이후 애플 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앞으로도 애플의 리더십은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경영진 중 다수는 퇴직 연령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쿡 CEO도 내년에 65세가 된다.
리치오 부사장은 전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열린 행사에서 “애플에서의 경력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리치오 부사장은 자신의 이름을 딴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에 더 많이 참여하고 싶다고 했으며, 강의나 커리큘럼 개발에 참여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또 최초의 아이맥(iMac)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공유했으며, 가장 자랑스러운 제품으로는 아이폰 X(iPhone X)를 꼽았다.
특히 리치오 부사장은 이날 옛 상사였던 잡스와 함께 일하며 배운 리더십 기술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위험을 회피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경영진이 잃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치오 부사장은 지난 26년간 애플에서 근무하며 중요한 인재 채용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에어팟과 아이패드 프로, 대형 화면 아이폰 등 주요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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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장에서 물러난 이후 리치오 부사장은 VPG를 이끌며 비전 프로 개발을 주도했다. 애플 내 비전 프로의 가장 큰 지지자 중 한 명으로 VPG와 애플의 최고 경영진 간의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비전 프로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은 애플에 큰 과제였다. 증강 현실(AR)과 가상 현실(VR)을 결합한 헤드셋인 비전프로는 무게와 과열 문제, 높은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업성을 띄는 성공적인 제품이 될 발판을 만들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리치오 부사장이 이끄는 프로젝트 중 제품이 출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가 하드웨어 부서를 이끌던 시절에 이른바 ‘애플카’로 불렸던 애플의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를 주도했으나 이 프로젝트는 올해 초 중단됐다. 또 애플 텔레비전 개발 시도는 거의 10년 전에 중단됐다.
블룸버그는 리치오 부사장의 은퇴는 오래전부터 준비되고 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리치오 부사장은 이미 3년 전 수석 부사장에서 부사장으로 직급을 변경하며 애플의 12인 경영진에서 물러났다,
이는 은퇴로 가는 과정의 한 단계로 애플의 일반적인 인사 문화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2020년 필 실러가 마케팅 책임자에서 물러난 후에도 그는 앱 스토어 관리를 계속하고 있으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루카 마에스트리도 올해 말 퇴임 예정이지만 부동산 및 정보 보안 관리 역할을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