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친미·독립 성향의 대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이 7함대 소속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 지난 1월 대만 가오슝의 군사 기지 인근 해상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전투 준비 태세를 보여주기 위한 언론 공개 훈련의 일환으로 특수 작전 보트에 탑승한 대만 해군 장병과 미디어가 쾅화 6급 미사일 보트 근처를 항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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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 7함대는 알레이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할시호(DDG 97)가 국제법에 따라 공해 항행과 비행 자유가 적용되는 대만해협 내 공해상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7함대는 “할시함의 대만해협 통과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군함과 해운 초계기는 수시로 대만해협을 지나간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워 대만해협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은 미 군함 통과에 즉각 반발했다. 인민해방군 동부 전선 사령부는 성명서에서 이번 행해는 “여론몰이용”이라고 주장하면서 “항해 내내 미국 선박을 감시하고 경고하기 위해 해군과 공군을 파견했으며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장 내 군대는 항상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국가 주권과 안보, 지역 평화와 안정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 함정이 해협을 통해 남쪽으로 항해했으며 대만군이 상황을 모니터링했지만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이 당선인의 총통 취임식을 열흘을 앞두고 미국이 군함을 파견하자 중국이 발끈한 것으로 해석된다. 차잉인원 현 대만 총통과 같은 당 소속인 라이 당선인은 중국의 대만 영유권 주장을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그를 분리주의자로 간주하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왔다. 총선 이후 대만이 수차례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를 모두 거부했다. 총선 뒤에는 그간 양국간 비공식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던 대만해협 중앙선에서 활동을 크게 늘리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대만 역시 오는 20일 열리는 라이 당선자의 취임식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날 바이훙휘 대만 국방 부부장은 “대만해협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군사 활동이 인도 태평양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20일을 전후로 우리 군은 모든 전투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중국이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