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혼란에 사람도, 자본도.. 홍콩을 떠난다"

홍콩 시민 42%, '이주 계획 세우고 있다'..23%는 '구체적 준비'
자금유출도 지속.. "홍콩달러 예금 줄고 싱가포르 예금 늘어"
  • 등록 2019-10-14 오후 2:07:46

    수정 2019-10-14 오후 2:07:46

[AFP제공]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홍콩의 반(反) 중국 시위가 6월부터 넉 달째 이어지며 홍콩을 떠나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이미 국제 금융허브인 홍콩으로 유입되던 돈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떠나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홍콩 중문대학이 실시한 설문을 인용해 지난달 ‘홍콩에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한 시민이 42%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주를 하고 싶은 이유로는 ‘정치적 혼란이 심해서’, ‘민주주의가 없어서’,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만 해도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서’, ‘부동산 가격 때문’이라고 대답한 이들이 다수였다.

특히 23%는 막연히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해외 비자를 취득할 때 필요한 ‘무범죄 증명서’ 신청 건수는 지난 9월 3597건으로 8월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비자 취득을 지원하는 컨설팅회사 ‘미드랜드홀딩스’에 따르면 해외 이민에 대한 문의가 6월 60건에서 9월 300건으로 급증했다. 회사 측은 “30~40대 사이의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금 유출은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최대 40억 홍콩달러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8월 홍콩달러 예금은 7월보다도 1.6% 줄어들며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싱가포르에 유입된 외화 예금과 비거주자 예금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홍콩달러 예금이 싱가포르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은 현재 달러와 연동해 홍콩달러의 가치를 조정하는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달러가 해외로 계속 빠져나가면 페그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현재 홍콩의 외환보유액은 4300억달러에 달하지만 이 같은 혼란이 이어지면 홍콩 정부가 페그제 유지를 위해 자금유출 제재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폴 찬 재정부장(장관급)은 “우리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다”며 자본유출입을 제한할 것이란 소문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홍콩 시위의 강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전날에도 홍콩 시위대는 카오룽반도에서 게릴라식 시위를 펼쳤다. 이 가운데 쿤퉁역에서 한 경찰관이 시위대에게 흉기로 목을 공격당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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