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동시 출시일을 4월 11일로 잡았는데, SK텔레콤이 이를 거스르면서 글로벌 유통망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고 비판했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출시를 강행한 것은 영업정지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불법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통신3사는 45일씩 사업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SK텔레콤 영업정지 기간은 4월 5일부터 5월 19일까지여서 4월 11일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SK텔레콤이 비즈니스 관행을 깨고 돌출행동을 한 것인지, 소비자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있다. 다만 통신사들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동시 출시 계획을 좌절시킨 첫 사례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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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둘러싼 제조업체와 통신사 간 이해는 2009년 11월 30일 KT가 단독으로 국내에 아이폰을 들여오기 전과 이후로 나뉜다. 아이폰 출시 전에는 이통사들이 ‘갑’이었고, 이후는 제조사들이 ‘갑’이 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전략폰에 대해 글로벌 출시 일정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통신사 영향력은 줄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제조사 의견과 달리 통신사 주도로 휴대폰 출시가 이뤄진 것이다.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출시일을 똑같이 맞추는 것은 애플의 전략이었으며, 삼성이나 LG전자가 뒤쫓아 간 것”이라면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고객을 위한 최선의 길이었다는 판단”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발끈하고 있지만, 사태를 해결할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측은 “우리와 합의하지 않고 출시를 강행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지만, SK텔레콤 등 국내 이통사에 갤럭시S5 추가 물량을 배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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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번 일을 계기로 글로벌 유통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통신3사와의 계약 내용을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가 계속 앙숙 관계로 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단말기나 통신의 경쟁력 모두 소프트웨어(SW) 기반의 혁신 서비스로 모아지는데 구글이나 애플에 대항하려면 공조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휴대폰 판매가 주로 통신사를 통해 이뤄지는 상황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SK텔레콤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팬택 단말기 2만 5000대를, LG유플러스는 2만대를 선구매하기로 했다. 팬택이 무너지면 통신사 유통망도 무사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작동했다.
이통3사에 깔려있는 팬택 재고물량만 40만 대를 넘고, 팬택 자체 유통망을 포함하면 60만 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채권단이 실사중인 팬택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까지는 적어도 5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최태원 전 SK 회장이 결단해 팬택을 인수해야 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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