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을 통해 통일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추후 개최 여지를 남겨두면서 두 가지 전제 조건을 달았다.
조평통 서기국은 “남측에서 전쟁연습이 그칠 사이 없이 계속되고 곧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겠는데 총포탄이 오가는 속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더구나 설은 계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고려된다.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전자는 오는 3월 시작되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인 ‘키 리졸브’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을 체제위협으로 간주하면서, 이 시기를 전후로 도발 수위를 높이곤 했다. 이와 관련,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전군 주요지휘관 화상회의에서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에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비태세 강화를 당부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남측의 군사훈련이 없을 때 봄쯤에 했으면 좋겠다, 설을 계기로 하는 것은 계절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별로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제의할 의사가 있다면 봄쯤에 실무접촉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는 북한이 남측의 설 이산가족상봉 제의를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정부는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측이 연례적 군사훈련 등을 인도적 사안과 연계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산가족상봉 문제와 북측이 제기하는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북측은 말로만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북측이 이산가족상봉 재개를 위한 우리측의 제의에 성의 있게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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