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칩 비상'..CEO가 사정해도 절반도 못받아

팬택, 퀄컴칩 수급 난항..베가레이서2 공급 차질 우려
박병엽 부회장 "퀄컴과 담판..최소한 60% 물량은 맞춰라"
애플·LG·삼성 등도 비슷한 상황..TSMC 수율이 관건
  • 등록 2012-05-03 오후 5:36:19

    수정 2012-05-03 오후 8:29:45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휴대폰업계에 '퀄컴칩 비상경보'가 울렸다. 베가레이서2 출시를 일주일 남긴 팬택은 당장 퀄컴 칩 수급 문제로 예상 공급 물량의 60%를 채우기도 버거워졌다. 팬택은 베가레이서2의 판매 목표치를 200만대 이상으로 잡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베가레이서2'를 사고 싶어도 매장에 깔리지 않아 '대기 순번표'를 받아 물건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가 빚어질 수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도 같은 처지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사흘간의 일정으로 미국 퀄컴사를 방문해 칩 수급 문제에 대해 담판을 짓고 왔다"면서 "퀄컴 측에 '최소한 우리가 요구했던 물량의 60%를 무조건 맞춰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
박 부회장은 또 "베가레이서2가 퀄컴 칩 수급 문제로 공급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팬택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현재 퀄컴으로부터 받는 칩 수량은 기대치에 비하면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베가레이서2에는 통신칩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하나로 합쳐진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인 'MSM8960 칩'이 탑재됐다.

이 칩은 칩셋을 2개 이상 탑재했을 때보다 전력 소모량이 줄고, 처리 속도도 대폭 빨라진다. 특히 2개의 칩을 채용했을 때보다 스마트폰을 더 얇고 작게 만들 수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능이 구현되자, 애플과 LG전자, 팬택, HTC 등 상당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퀄컴 제품을 하반기 전략 제품에 탑재하는 추세다.

하지만 퀄컴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원하는 만큼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 칩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28나노 공정의 수율이 크게 떨어져 생산량이 부족한 탓이다.     당장 다음주 '베가레이서2'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동시 출시하는 팬택으로선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휴대폰 특성상 출시 2~3개월 안에 판매량을 바짝 끌어올려야 하는데, 퀄컴 칩 수급 문제로 물량 공세에 나서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애플과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도 비켜가기 힘들어 보인다. 애플의 경우 퀄컴 칩 수급 문제로 '아이폰5'의 출시가 2개월 이상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퀄컴 칩을 채용할 예정인 삼성전자· LG전자의 제품도 현재로선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박 부회장은 "베가레이서2의 초기물량 공급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향후 공급에는 차질이 있을 것 같다"며 "공급에 문제가 없다면 국내 스마트폰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 그러나 성공은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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