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대안 마련해 통화주권 제시해야"

기재부·금융위·한은·IMF 주최 국제컨퍼런스
"스테이블 코인의 발전으로부터 위험 느껴"
"기관용 CBDC, 유즈 케이스 찾는데 용이"
  • 등록 2023-12-15 오후 5:30:50

    수정 2023-12-15 오후 5:30:5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등이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으로 다가오면서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의 대안적 도구를 마련해 안정적인 통화주권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화폐: 변화하는 금융환경 탐색’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국제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화폐: 변화하는 금융환경 탐색’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국제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패널토론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열리는 이번 컨퍼런스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 주최했다.

이 총재는 “스테이블 코인의 발전으로부터 어느 정도 위험을 느끼고 있다”며 “만약 비자나 마스터카드도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한다면, 과연 이것이 효과적으로 규제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 총재는 CBDC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폐가 앞으로도 사용될 것이기에 기관용(도매) CBDC에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저의 어머니는 새해 첫날 신권을 자녀들에게 나눠주시는 걸 좋아하신다”며 “앞으로 15년 이내 현금을 사용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문화적인 특성으로 기관용 CBDC에 대해서 집중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앞서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연설에서 CBDC의 시급한 도입을 역설한 바 있다. 그는 “경제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미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중앙은행도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보단 민간과 같이 경쟁하면서 기술적·제도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CBDC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유즈 케이스(Use Case)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2021년부터 범용(소매) CBDC 모의시스템을 구현하고, 금융기관의 테스트 시스템과 연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한은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기관용(도매) CBDC를 중심으로 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내년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CBDC 기반의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실거래 테스트에 나선다.

이 총재는 “기관용 CBDC에 집중하기로 한 것은 여기서 유즈 케이스를 찾는 게 더 수월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시작하겠지만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범용 CBDC 도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은의 철학은 민간분야와 경쟁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자는 것”이라며 “동시에 중앙은행도 민간과 경쟁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프로그래밍’ 기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프로그래밍 기능을 잘 활용하면 현재 복잡한 거래의 실시간 즉시 결제와 모든 자산에 대한 ‘원자적 결제’가 가능해진다. 이 총재는 “미래가 어떤 모습이건 프로그램 기능이 중요하다”며 “현금에 대한 프로그램 기능이나 준비금에 대한 기능, 간편결제시스템이나 토큰에 대한 기능 중 어떤 것이 사람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얻는지가 중요하다. CBDC를 고려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것은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토큰화된 자산의 규제기관이 중앙은행이 아닌, 금융당국인 현 시스템은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이 총재는 “통합원장(unified ledger)에 올라가면 더 이상 중앙은행 소관이 아니다”며 “이런 것은 우리가 좀 더 고민해봐야 하는 실용적인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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