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홍, 최태원 회장과 면담 재구성..정황 있으나 증거 없어

김준홍 전 대표 "펀드 선입금은 회장 형제 투자금 마련으로 생각했다"
최 회장은 왜 10월 말 언급했을까..엇갈린 해석
  • 등록 2013-06-10 오후 5:49:58

    수정 2013-06-10 오후 6:04:3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태원 SK 회장 형제의 회삿돈 횡령 혐의 재판의 핵심 증인이자 피고인인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입을 열었다.

그는 SK(003600)계열사 펀드 투자금 중 일부인 450억 원을 최 회장 형제 선물옵션투자관리인이었던 김원홍 씨(전 SK해운고문)에게 불법송금한 사람이다.

10일 오후 열린 항소심 법정에서 문용선 재판장은 직접 김 전 대표를 증인 신문했지만 사건은 더 꼬여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08년 10월 27일 최태원 회장과의 면감 시 오간 발언과 이후 SK텔레콤(017670), SK가스, SK에너지 임원들을 만난 사연을 증언했지만 “SK계열사들이 펀드 구성 전에 돈을 선입금하게 된 것은 회장 형제의 선물옵션 투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본인 생각을 말했을 뿐, 회장이 왜 선입급을 허용했는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했다.

특히 “최 회장이 투자금 마련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 적 없다”면서도 “회장 지시로 SK텔레콤 등 계열사들이 비정상적으로 펀드에 빨리 투자했다”고 밝혀, 진술의 일관성도 논란이다.

재판부는 김준홍 전대표를 해외 도피 중인 김원홍 씨와 함께 이 사건의 핵심증인으로 보고, 14일 다시 증언대에 세울 예정이다.

면담의 재구성..혐의 있지만 증거 없어

2008년 10월 27일 오후 1시 30분부터 10여 분 간 김 전 대표는 최태원 회장을 만났다.

김 전 대표 증언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그에게 “펀드를 하느냐?”고 물었고, 김 전 대표는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 E&S에서 500억 원씩 하려한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는 돈이 있느냐?”고 갸우뚱하면서 “일단 앞의 2개만 하라”고 했다. 그리고 “(앞의 2개가) 10월 말까지 되느냐?”고 물었다.

김준홍 전 대표는 “10월 말까지 펀드가 다 설치되느냐의 의미로 알아 들었고, 최 회장 형제의 투자금 마련을 위해 돈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또 “최 회장 면담 이후 장모 전 SK그룹 재무실장과 SK텔레콤 임원들을 만났는데 모두 회장 지시로 이해했다”면서 “하지만 (최 회장이 펀드 구성 전에 계열사 돈을) 가지급 하라고 발언했거나 개인투자금 용도라고 발언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왜 펀드를 빨리 하려 했을까

김 전 대표는 “김원홍 씨는 단순한 투자에이전트가 아니라 형제분들과 깊이 이야기하는 관계여서 김 씨가 회장 형제에게 투자금 마련을 이유로 펀드 구성에 대해 요청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며 “계열사들에 구체적인 설명을 못한 것은 회장님이 난처해질 수 있어서였다”라고 증언했다.

해석은 갈렸다. 검찰은 “혹시 최 회장을 만났을 때 베넥스 직원들이 검토했는데 투자금을 만들 방법이 없으니 펀드 결성 전 가지급 해 주면 회장 투자금 500억 원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 아닌가”라면서 최 회장의 횡령 의도에 대해 추궁했지만, 김 전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증언했다. SK텔레콤으로부터 10월 29일과 31일, 두 차례 돈이 선입금됐다.

반면 변호인 측은 “최 회장에게 펀드 돈을 미리 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 적 없지 않느냐”면서 진술이 개인적인 추측에 의한 것임을 추궁했다. 또 “당시 김 전대표가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이자 40%짜리 일본계 자금 사용을 권유하면서 잠깐 쓰라고 했지만 거부당했는데, 이 돈(450억 횡령)은 결국 김원홍 씨가 써서 잠깐 사용된 것 아닌가”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김 전대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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