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STX, 이제는 뼈까지.."운명은 채권단 손에"

  • 등록 2013-04-02 오후 5:31:29

    수정 2013-04-02 오후 6:56:58

[이데일리 정태선 문정태기자] STX(011810)그룹이 휘청거리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악화로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주력인 해운·조선사업이 모두 채권단 관리아래 들어가게 될 처지다.

2001년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출범한 STX그룹은 창사 이후 불과 10년만에 자산 규모 22조원의 재계순위 14위로 도약하며 떠올랐다. 단기간 급성장을 한 배경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있었다. STX그룹은 STX엔진을 비롯해 STX엔파코, STX건설, STX중공업을 설립했고, STX조선해양(옛 대동조선), STX에너지(옛 산단에너지) STX팬오션(옛 범양상선)을 사들이면서 덩치를 키웠다. 2007년엔 세계 2위인 크루즈선 건조사인 아커야즈(STX유럽)을 인수해 조선 기자재-엔진제조-선박건조- 해상운송-에너지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공격경영은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해운·조선업황의 악화로 채무부담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것. 최악의 경우 자칫 그룹이 해체될 위기다. STX그룹의 부채는 작년 9월말 기준으로 12조원에 달하며 주요 7개 계열사의 연결 총차입금만 10조원이다. 결국 STX는 작년 5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자산 매각에 나섰고 구조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작년 12월 유럽자회사인 STX OSV지분을 이탈리아 조선업체인 핀칸티에리에 7680억원 팔았고, STX에너지 지분은 일본 오릭스에 3600억원 매각했다.

여기에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TX팬오션도 매물로 내놨지만 나서는 인수자가 없어 지난달 공개매각은 불발됐다. STX팬오션 공개매각이 실패하면서 STX조선해양까지 채권단에게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요청하게 됐다.

명시적으로는 채권단과 ‘자율협약’이지만 STX조선해양 지분을 담보로 한 채무상환 유예 및 긴급 운영자금 수혈 등이 핵심 내용이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STX그룹은 결국 채권단 결정에 따라 좌우될 운명이 됐다.

한편 채권단인 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등은 2일 오후 3시 채권단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을 대상으로 STX조선해양의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오늘(2일) 채권단 회의가 진행됐지만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은 아니다”며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가 돼야 각 채권단들의 의견이 취합돼 자율협약을 받을지 말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은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자율협약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율협약은 ‘자율적’이지만 워크아웃은 ‘법’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만약에 자율협약안을 안 받고 워크아웃을 진행하게 되면 결국 채권단이 모여 기업회생을 위한 작업을 진행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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