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현대차·GE, 뒤탈없이 갈라설 수 있을까

현대카드 지분 신속매각 원하는 GE..연내 목표
현대차와 원만한 결별 중요..매각 지연 감수할듯
  • 등록 2015-11-26 오후 12:15:00

    수정 2015-11-26 오후 6:50:02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제너럴일렉트릭(GE)이 현대카드 지분(43%) 매각에 애를 태우고 있다. GE가 원하는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대주주인 현대차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은 이미 현대캐피탈 지분(43%)만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 지분 매각은 GE가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당초 GE는 현대카드 지분 매각의 종결 시점을 올해말로 잡았지만 현재로선 여의치 않을 것으로 투자은행(IB)업계는 보고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처럼 GE는 최근 기존 매각자문사인 골드만삭스와 함께 모건스탠리를 추가로 선정했다. 지분 매각이 지지부진하자 거래의 종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모건스탠리를 끌어들인 것이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현대차, 미국 GE 등에게 매각 자문하며 양측이 원만하게 결별을 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신속한 거래 종결도 중요하지만 그간 쌓아온 현대차-GE의 관계가 말끔히 정리돼야만 뒤끝이 없기 때문이다. 지분 매각도 중요하지만 오랜 친구이자 앞으로도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가 곤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딜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분 매각을 위한 제한요인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매각대상 지분에는 경영권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다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 카드사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GE가 현대캐피탈·현대카드 지분을 취득한 이후 그래 왔던 것처럼 바이어(Buyer) 입장에서는 현대차라는 든든한 대주주가 있는 만큼 이런 제한적 요인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다만 GE로선 국내 카드 비즈니스에 눈독을 들이면서 현대차와 협업할 수 있는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에게 지분을 넘긴다면 금상첨화다. 현대차와의 시너지 뿐만 아니라 향후 현대차와 코웍할 수 있는 인수자에게 지분을 팔아야 하는 암묵적 협의조항이 존재하는 셈이다.

ING생명의 KB금융(105560)지주 지분매각 사례는 이를 방증한다. 2013년 매물화된 ING생명 한국법인을 KB금융 내홍으로 인수하지 못하게 되자 당시 2대주주(지분율 5.02%)인 ING생명은 곧바로 블록딜로 지분을 처분했다. 1999년 주택은행 지분(9.99%)을 취득한 ING생명이 국민은행의 주택은행 인수합병 이후에도 KB금융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자체적인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16년간의 관계를 청산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KB금융의 자중지란으로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불발되자 이에 실망한 ING생명이 KB금융과 관계를 끊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GE가 지분 매각에만 집중한다면 투자자를 쉽게 구할 수 있겠지만 현대차와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향후 문제가 될만한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GE 입장에서는 지분 매각이 다소 지연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깔끔한 거래 종결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GE는 현대차그룹과의 합작 차원에서 지난 2004년 6200억원을 들여 현대캐피탈 지분 43.3%를, 다음해 2005년에는 6783억원을 들여 현대카드 지분 43%를 인수했다. 10년간의 합작기한이 끝나면서 GE는 지분 매각을 위해 GE캐피탈의 100% 자회사인 IGE USA 인베스트먼트에 현대카드 지분 전부를 현물 출자했으며 지난 9월 21일 현대카드 주주에서도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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