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2년 연속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나이키가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은퇴한 고위 임원을 다시 불러들였다. 온라인과 직영점 판매에 집중하며 수 년간 거래가 뜸해진 운동화 할인점들과 관계 개선을 노린 전략으로 읽힌다.
| (사진=나이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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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나이키 내부 메모에 따르면 전 임원인 톰 페디가 지난 6월 하순 마켓플레이스 파트너 담당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나이키에서 30년 간 몸담았던 페디는 재임 당시 고위 경영진 직책을 여러 차례 맡았다. 지난 2020년 북미 지역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로 활동하던 중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나이키가 전 임원을 구원투수로 불러들인 건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지난 4분기(2024년 3~5월) 매출은 126억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8억2500만달러) 대비 1.7%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29억700만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향후 실적 전망도 어둡다. 나이키는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회에서 2025년 회계연도(2024년 6월~2025년 5월) 매출은 전년보다 한 자릿수 중반대 감소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에 주가는 연 초 대비 30% 이상 급락하는 등 실망감을 느낀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올드보이의 귀환’은 나이키가 도소매 업체들과 그만큼 좋지 않다는 상황을 보여준다. 나이키는 지난 2017년부터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추진하며 도소매 업자들과 계약을 점차 축소하고, 오프라인 직영점과 온라인 판매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나이키의 전략은 실적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져 구매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진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이키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소매 파트너를 통한 판매에서 소비자 직접 판매로 너무 빠르게 전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디 부사장을 영입한 나이키는 운동화 할인점 풋락커 등 소매업체와 관계 복원에 집중할 계획이다.
크레이그 윌리엄스 나이키 지역 및 마켓플레이스 부문 사장은 사내 메모에서 “우리가 도매 사업에 지속적으로 집중하고 역량을 향상시키는 가운데 톰이 비전과 과감한 리더십을 모두 갖추고 마켓플레이스 전략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페디 부사장과 나이키 대변인은 재입사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