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피해자가 판사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해자도 고려하는 형사소송법을 만들고 싶습니다.”
국민의힘 총선 인재로 영입된 전상범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법복을 벗고 왜 정치에 도전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008년 춘천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전 전 부장판사는 부장판사 업무를 하면서 법적 제약으로 인해 판사로서의 한계점을 봤다고 설명했다.
| 전상범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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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공판 과정에서 배제된 대표적인 예로 2022년 5월에 있었던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언급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30대 남성이 성폭행을 목적으로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1심 재판 기록 열람조차 법원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지난해 10월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피해자는 “피해자가 형사소송에서 자기 입장을 주장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전 전 부장판사는 “현재 (피해자의) 절차 참여권은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밖에 없지만 대부분 출석을 꺼린다”며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피해자가 양형에 대한 의견을 양식에 맞춰 작성한 ‘양형 의견서’를 판사에게 제출할 수 있다면 판사로서는 재판하는데 참작이 될 것이고 피해자도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전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함께 국민이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사법부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선 그는 재판지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부장판사는 “지난 대법원장 시절부터 진행된 일방적 사법개혁의 결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갔다”며 “판사 수를 충분히 늘릴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판사들의 근무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서울 강북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 강북갑은 대표적인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구로 지난 21대 총선과 지난 8대 지방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그는 “제가 초·중학교를 보낸 강북구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강북갑에 대표적인 운동권 정치인이 계시지 않나. 편가르기에 집착하는 운동권을 이번 총선에서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운동권 출신 정치인은 과거 독재 정권에 투쟁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독재 정권을 절대악으로, 우리 편을 절대선으로 규정했어야 했다”며 “지금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그 방식이 작동하면서 정치권에는 대화가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승자 독식의 정치제도를 바꿀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대교체를 통해 합리적인 정치인들이 나와 사실을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 전 부장판사는 반전 있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작은 체구와 달리 목소리가 우렁차고 판사 출신이라는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친근한 이웃 같은 느낌”이라며 “모두가 험지라는 강북갑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반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 전상범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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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범 전 부장판사는△1979년 서울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 △사법연수원 34기 △춘천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 △서울중앙지법 판사 △서울동부지법 판사 △창원지법 부장판사 △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부장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