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상장기업의 현행 투표방식은 1번 후보자부터 4번 후보자까지 각각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총 4번의 찬·반투표를 하는 것이다. 모든 주주들은 각 후보자에 자신의 지분율만큼 투표할 수 있다. 따라서 김씨는 1번~4번 후보자까지 각 1%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를 단순투표제라고 한다.
그런데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회사라면 투표방식이 다르다. 1~4번 후보자를 한꺼번에 안건에 올려놓은 후 주주들은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자에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행사 가능한 의결권은 자신의 보유주식(1%) 곱하기 선임할 이사수(3명)다. 따라서 지분 1%를 가진 김씨가 4번 후보자를 선호한다면 1~3번 후보자에겐 0%, 4번 후보자에 3%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년전 사외이사와 함께 도입한 집중투표제 현실은 사문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개정안은 정확히 말하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이 아니다. 집중투표제는 이미 외환위기 직후 1998년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했다. 다만 회사 정관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정관에 아무런 언급이 없으면 집중투표제를 하는 것이고, 정관에 언급하고 있으면 하지 않는 것이다. 상당수 기업은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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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회에서 논의중인 상법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는 집중투표제를 정관에 배제하지 말고 1% 이상 주주(상장회사)의 요청이 있으면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현 정부도 추진한 방안…반대논리도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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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 개선을 얘기할 때 쌍둥이처럼 같이 언급하는 전자투표제도 있다. 전자투표제 역시 집중투표제와 같은 처지다. 2009년 상법개정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지만 역시 회사의 선택에 맡기다보니 도입하지 않는 곳이 더 많다. 공정위에 따르면 작년 기준 대기업집단(상장사 없는 부영 제외한 25개) 상장사 165개 사 중 전자투표를 도입한 곳은 16.4%(27개 사)이다. 전자투표제는 발달한 IT기반을 활용해 주주의 주주총회 참여 방식이 다양하게 열어두자는 것인데 현 상황은 `IT강국`이 무색한 현실이다. 제도는 있지만 제도를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투명성 요구가 높은 일정규모 이상의 회사에는 의무화하자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2013년 법무부안이나 현재 국회 논의중인 방안 모두 재계를 중심으로 반대 논리가 거세다. 이사선임에 관심을 가지는 주체는 대체적으로 소액주주가 아니라 기관투자자나 연기금·헤지펀드 등 주요주주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의 목표는 자신들의 투자수익률 상승이어서 궁극적으로 소액주주 이익이나 기업가치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계속 행동하지 않을 것이란 점도 지적한다.
다만 지금처럼 대주주나 경영진이 원하는 이사진으로만 구성한 상장기업의 이사진이 과연 최선인가에 대한 물음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끊이질 않는 대주주·경영진의 사적이익 추구, 횡령·배임 등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중요한 축이라는 것도 우리 자본시장의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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