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BBB`급인 현대차 신용도, 국내선 최고등급…왜?

한기평·나이스는 'AAA'…글로벌 신평사와 6~7단계 차이
전문가 "등급체계, 국가별 경제수준 반영…좀더 엄격한 평정 필요"
  • 등록 2016-10-17 오후 12:53:03

    수정 2016-10-17 오후 12:53:03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무디스에서 매긴 현대자동차(005380) 신용등급은 `BBB+`인데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AAA`라고? 누구 말이 맞는 거야?

최근 현대차가 국내 신평사들로부터 최고 등급인 `AAA`를 받자 글로벌 신용등급과의 격차를 놓고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신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현대차에 국가 신용등급과 같은 등급을 매기는 것은 너무 후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지만 신평사들은 국내 기업에는 그에 걸맞은 평정기준이 있다고 반박한다.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는 지난 7일 현대차 기업신용등급을 `AAA`로 매겼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달 22일 같은 등급인 `AAA`로 평가했다. 이들 신평사는 현대차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매기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자동차시장내 안정적 지위, 풍부한 현금유동성 등 우수한 재무구조, 우수한 재무안정성 등을 들고 있다.

반면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차 신용등급을 각각 `baa1(BBB+)`, `A-`로 매기고 있다. 국내 신평사에 비하면 6~7단계(notch) 낮은 등급이다. 글로벌 신평사들은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나 수익성이 지금보다 더 나은 수준이 돼야 등급을 올려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와 글로벌 등급 간 차이가 생기는 이유로 우선 국가 신용등급 차이를 거론한다. 일반기업은 국가 신용등급보다 더 높은 신용등급을 갖기는 어려운데 우리나라는 무디스와 S&P 기준으로 독일, 캐나다, 호주(AAA)보다 2단계 낮은 AA급에 위치하고 있다. 현대차가 아무리 시장점유율과 수익성 측면에서 잘나간다고 해도 글로벌 신용등급은 ‘AA’급을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글로벌 신평사들은 현대차 신용도를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보다 4~5단계 낮은 등급으로 매기고 있다. 국내 신평사들이 현대차와 대한민국 국가 신용도를 동일시 하는 것은 지나치게 후한 평가가 아니냐는 문제를 충분히 제기할 만한 대목이다. 한 국내 신평사 관계자는 “개별 국가의 등급 체계는 그 나라 기업의 상대적인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며 “만약 현대차 정도의 재무안정성을 가진 기업을 AAA보다 낮은 등급을 주게 되면 현대차보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국내 기업 전반의 등급도 더 낮춰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신평사가 주는 등급이 글로벌 신평사보다 후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곳도 있었다. 다른 국내 신평사 관계자는 “글로벌 신평사들은 상품 판매지역이 세계 시장 전체에 분포돼 리스크가 분산될 수 있는 기업 신용도를 높게 쳐주는 반면 국내 신평사들은 핵심적 시장에서의 경쟁력만 있으면 높은 등급을 준다”며 “글로벌 신평사가 우리보다 등급을 더 엄격히 매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즉, 국내에선 국어와 영어, 수학만 잘해도 우등생이 될 수 있지만 글로벌 관점에선 전 과목을 다 잘해야 우등생으로 인정받는 격이다.

한 크레딧 전문가는 “작은 학교에서 1등하는 학생이 규모가 큰 학교에서도 1등을 할 보장이 없는 것처럼 우리 신평사로부터 최고 등급을 받아도 글로벌 시장에선 낮은 등급을 받을 순 있다”며 “작은 학교라도 학사 관리를 엄격히 하면 취업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 신평사들도 좀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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