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양산을 찾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66년 만에 가장 더운 6월 날씨가 찾아오는 등 폭염이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자외선 차단을 위해 양산 사용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여전히 다수 남성들은 남의 눈이 의식돼 양산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 서울 지역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올라 불볕더위가 찾아온 2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펼쳐 따가운 햇빛을 막고 있다.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 역시 양산을 들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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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해 대전·대구·경기·충남·충북·강원·전북 등 전국 다수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심지어 경기 가평·고양·용인·안성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지역별 낮 최고기온을 살펴보면 서울 35도·춘천 35도·대전 35도 등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도를 초과하는 상황이 2일 이상 계속될 때 발령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양산을 찾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 찾은 서울 여의도에는 양산을 쓴 남성들을 간혹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주로 알록달록한 양산보다는 단색의 UV코팅이 된 우산을 양산으로 들고 있었다. 여름철 항상 UV코팅이 된 삼단 우산을 휴대한다는 이모(34)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눈치가 보였는데 지금은 양산 쓰는 남자들도 많아서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며 “워낙 더위를 많이 타서 양산은 필수”라고 말했다.
양산을 쓴 남성들은 더위를 피하는 목적도 있지만 피부를 보호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양산을 쓴다고 말했다. 6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박모(31)씨는 “애가 없을 땐 양산은 생각도 안 했는데 아들과 함께 나갈 땐 양산을 반드시 챙긴다”며 “워낙 자외선이 피부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이 많지 않나”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최무성(32)씨는 “선크림을 바르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양산을 쓴다”며 “양산을 쓰는 것만으로도 땀이 좀 덜 나고 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전히 다수의 남성들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양산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더위를 많이 탄다는 전모(35)씨는 “양산을 쓰고 싶은데 눈치가 보여서 선크림만 덕지덕지 바르고 있다”며 “요즘 길에서 양산 쓴 남자들이 많이 보여서 용기를 내보고자 해도 잘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한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모(29)씨는 “회사에 양산을 쓰고 갔었는데 남자가 무슨 양산이냐는 타박을 들었다”며 “그 이후로 양산은 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2018년부터 ‘남성 양산쓰기 운동’ 등이 유행하며 남성이 양산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지만 한국에서는 지자체별 수차례 양산 쓰기 운동에도 보편화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유니섹스 아이템 등이 각광을 받으며 구도가 깨지는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깨지지 않는 성관념들이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깨지지 않던 성관념이 깨지며 양산을 찾는 남성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