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A은행에서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김모씨는 며칠 뒤 B은행의 금리가 더 저렴하다는 걸 알게 됐다. B은행으로 갈아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대출계약을 취소할 때 은행이 물리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부담이다. 다달이 나가는 은행이자는 아낄 수 있지만 당장 300만원(대출잔액의 1.5%)을 은행에 내야한다고 생각하니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내년 1월부터 김씨처럼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개인대출자는 원할 경우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고 대출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된다. 대출받은 뒤 7일 안에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금융사에 대출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알리기만 하면 손해 보지 않고 계약을 무효로 돌릴 수 있는 ‘대출 청약철회권’이 도입돼서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물론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대출기록도 남지 않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권익을 높이기 위해 내년 1월부터 대출 청약철회권 제도를 도입한다고 16일 밝혔다. 소비자가 대출을 받은 뒤에도 대출금리와 규모의 적정성을 따져볼 기회를 주기 위한 취지다. 대출 청약철회권은 우선 개인대출자만 이용할 수 있다. 통상 개인대출자는 정보가 부족해 충분한 검토 없이 대출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 법인에 대해선 추후 제도 정착 추이를 살핀 뒤 적용할지를 검토할 방침이다.
대출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은 은행을 비롯해 카드사, 저축은행, 신협, 주택금융공사 등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하반기엔 대형 대부업체의 대출에 대해서도 대출 청약철회권을 도입할 예정이다. 리스(임대)를 제외한 모든 대출에 대출 무효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대출 철회를 요구할 수 있는 대출규모 한도는 신용대출은 4000만원, 담보대출은 2억원 이하다.
대출 무효는 금융사에서 대출계약 서류를 발급받은 날 또는 대출금 수령일 중 나중에 발생한 날부터 요구할 수 있다. 서면, 전화, 인터넷을 통해 신청한 뒤 원리금(원금과 이자)과 부대비용을 금융사에 갚으면 대출계약이 취소된다. 부대비용은 대출 때 금융사가 직접 부담하는 수수료나 세금 따위를 말한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감정평가수수료, 등록면허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예컨대 지금은 1억원 수준의 주택담보대출을 취소하면 대출자는 중도상환수수료 150만원과 각종 부대비용 101만원을 은행에 물러야 한다. 내년부터는 부대비용 101만원만 내면 대출을 취소할 수 있다. 신용대출은 따로 금융사의 부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원리금만 상환하면 된다.
윤창호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국장은 “앞으로 대출 취소가 쉬워지는 만큼 개인대출자들은 금리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쫓아 더 활발히 대출 갈아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