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송일국씨가 ’녹내장‘으로 진단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온라인은 물론 방송가에도 뜨겁다. 방송에서 송일국씨는 시신경이 80% 정도가 손상되어 약물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5~10년 사이에 실명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단 송일국씨뿐만 아니라 방송을 본 시청자들 역시 녹내장이 실명을 가져온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방치 시 실명을 가져오는 ’녹내장‘에 대해 홍승우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안센터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녹내장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안구 자체의 질환이 아니라, 눈과 뇌를 연결해 주는 시신경이 계속적으로 죽게 되는 질환이다. 눈으로 본 영상은 시신경을 통해 머리 뒤쪽에 있는 시각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으로 전달되어 인식하는 것인데, 눈과 뇌는 이상이 없지만 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끊어지면 우리의 머리는 영상을 못 느끼게 되고,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녹내장은 급성 녹내장이 아닌 경우 증상을 사실상 느끼지 못 한다. 그래서 말기 녹내장이 돼서야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병원에 오는 경우가 흔하다. 녹내장이 급성으로 오면 금방 이상을 느낄 수 있지만, 만성적으로 천천히 오면 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는 대뇌가 우리 몸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능력이 있어서인데, 대뇌는 보이지 않는 부분을 마치 보이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능력(보상작용)이 있다. 아래의 그림은 실제 녹내장 환자가 느끼는 시야에 대한 사진이다.
가장 왼쪽이 정상 시야, 가운데가 어느 정도 진행된 중기 녹내장이다. 중심은 선명하게 잘 보이는데 아이 2명과 주차된 빨간 차가 보이지 않는다. 녹내장이 더 진행되면 오른쪽 사진처럼 중심부를 제외하고 흐릿하게 보인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시야가 좁아졌다는 이상을 느끼지 못 한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녹내장 환자들은 운전이나 보행 중 갑자기 차나 사람들이 안보이던 곳에서 튀어나온다고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녹내장 때문에 중심을 벗어난 물체를 잘 인식 못하기 때문이다.
녹내장에 대해 잘 못 인식하고 있는 오해 중에 대표적으로 ’녹내장은 치료가 되지 않는다‘가 있다. 이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녹내장을 진단 받고도 치료를 받지 않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어차피 치료가 되지 않는데, 왜 ’병원 가는 수고‘를 하고 ’돈(병원비)을 낭비하느냐‘고 실의에 차 되묻는다. 물론 녹내장은 한번의 치료로 완치가 되거나, 이미 죽어버린 시신경을 되살리지는 못 한다. 하지만 병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병으로 인한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현재는 치료 방법이 발달하여 과거와 달리 실명으로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녹내장은 초기에 이상 증상을 느끼기 쉬운 질환이 아니고, 시신경이 죽으면 되살릴 수도 없기 때문에 증상을 느끼기 전 초기에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 안과 의사회나, 한국 녹내장 학회에서 권유하듯 40세 이후에는 1년마다 한 번씩 녹내장에 대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면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 것이 장애 없는 건강한 노후를 위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