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과 2일 LG유플러스(032640)가 방통위의 법 위반 혐의 사실조사를 거부했는데, 처리 방식을 두고 상임위원들 간의 인식차는 물론 위원장-부위원장 간 소통 부재에 대한 책임공방, 규제업무에 대한 공정성 논란까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지속된다면 국회의 관련자 증인출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 방통위의 정당한 법집행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LG U+ 사실조사 거부 입장 표명 질질 끄는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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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위원장이 유럽 출장 중이었다고 해도, 위원장 귀국이후 지난 7일 열린 방통위원간 티타임(상임위원간 비공개 회의)에서 조차 입장정리가 안 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10일 열린 전체 회의(공개회의)에서 고삼석 위원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기주·최성준 위원장이 언급 자제를 요청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3기 방통위까지 기업이 규제기관의 법집행을 방해한 적은 있지만 공문까지 보내면서 거부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럼에도 최 위원장은 “사실조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형태의 거부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한 뒤에 제재 방안을 따로 논의하든지, 나중에 유플러스에 대한 (제재) 결과와 함께 논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라면 “이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상황을 파악하니 조사 거부가 맞다”라고 하거나 또는 “조사거부로 보기는 어렵다” 등의 언급으로 논란을 잠재웠어야 했다.
사무처 직원 조치는 신속…의문을 키운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 LG유플러스에 대한 단말기유통법 위반 조사의 실무책임자였던 공무원은 발 빠르게 인사조치했다.
그가 5월 31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법무실장과 오찬을 하면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3일 LG유플러스가 조사 협조를 공식선언 해서 법 위반 사실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논란이 되는 공무원이 지휘권을 행사할 순 없지 않느냐는 지적은 맞다.
그러나 당시 오찬이 잘못이라면, 적어도 해당 공무원과 LG유플러스의 책임은 반반일텐 데, 방통위가 한쪽은 징계하고 한 쪽은 미적거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김재홍 부위원장은 “일부 언론은 엘지유가 어디 믿는 구석이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하면서 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권영수 부회장과 서울대-경기고 동문인 최 위원장에 대해 에둘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와중에 특정 상임위원이 사실조사를 반대했다는 언급까지 나왔고, 해당 상임위원은 부위원장에게 “그 말에 책임져라”면서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위원장 리더십 회복 절실…규제기관 령을 세워라
이런 상황임에도 방통위원들은 전화를 왜 먼저 안 걸었느냐? 빨간 선글라스 끼고 보지 마라? 는 등의 감정 다툼만 하고 있다. 동료로서의 신뢰나 예의는 전혀 안 보이는 ‘말의 공격’들 속에서 방통위의 존재 이유가 흔들리고 있다.
방통위가 개인정보보호나 이용자 차별 해소 같은 공익적 가치를 지키려면 합리적이고 공정한 규제기관임을 자타가 인정해 줘야 하는데, 내부에서조차 ‘그렇지 않다’고 싸운다면, 국민 중 누가 방통위 행정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해 줄 것인가.
최성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이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내분 수습에 나서야 한다. 사실조사 거부에 대한 방통위의 공식적인 제재 의지 표명이 시급하고, 대기발령이 징계가 아니라 업무 배제일 뿐이라면 해당 공무원에 대한 전보 등 인사조치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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