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3년 내사.. “국가기간시설 타격 모의”
국정원은 28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진보당·시민단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하기 전 약 3년 가까이 내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국가 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내란음모 등)다.
국정원은 특히 이번 수사대상자들이 지난해 총선에서 이 의원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직후 만나 국가기간시설 타격을 모의한 혐의를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진은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앞서 이 고문의 가족들에게 “(이 고문 등이) ‘지난 5월 서울 모처에서 당원 1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비밀회합을 했고, 경기남부지역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를 모의했다’는 혐의를 담은 영장을 제시했다”고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이 내사 과정에서 이석기 의원이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직후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 회의에 참석, 조직원 100명에게 “유사시를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녹취록도 확보했다고 전해지지만, 공식확인은 되지 않은 상태다.
이석기 의원을 포함 압수수색 당사자 상당수는 통합진보당 당원이다. 이에따라 진보당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국정원의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긴급회의 등을 통해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어 국정원이 오전 8시쯤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의 이석기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자, 이정희 대표 등 당지도부와 당직자 30~40명은 수사관들과 대치하며 장시간 압수수색을 저지하기도 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석기 의원실 앞 복도에서 가진 긴급회견을 통해 “유신시대의 용공조작극이 재연됐다. 국정원의 범죄행각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고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촛불저항이 거세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공안탄압”이라고 규정했다. 오병윤 진보당 원내대표도 “1975년 5월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됐다”면서 “무려 38년이 지난 이후 똑같은 유신정권이 들어서 다시 국민들에게 유신을 선포하고 내란죄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혐의입증 관건.. 무리한 수사라면 역풍 불가피
문제는 혐의입증이 어떻게 이뤄지느냐다. 국정원은 최근 3년여간 이 의원을 상대로 내사를 벌였다고는 하지만, 형법상 예비 혹은 음모 혐의까지 처벌된 예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거 유신시절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기소됐던 피해자들은 최근 재심을 통해 줄줄이 무죄판결을 받고 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도 “내란이라는 말 자체가 2013년에 등장한 것은 당혹감을 넘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번 수사가 구체적 혐의입증에 실패하고 국정원의 무리한 조사로 결론날 경우, 국정원 스스로 ‘국면전환카드’로 공안정국을 조성했다는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혐의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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