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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목사 등은 지난해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로부터 1970~1980년대 국군보안사령부의 이른바 ‘녹화사업’의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시위 전력이 있거나 시위에 참가한 학생 등을 체포한 뒤 제적 및 휴학처리하고 강제 입영 조치해 사회로부터 격리했다. 이후 이들에게 고문·협박 등을 통해 운동권 학생 내부에서 프락치 활동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진화위 조사 결과 드러나자 피해자인 박 목사 등은 국가를 상대로 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가 측이 주장한 소멸시효 만료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이내다. 재판부는 “국가는 이미 과거사정리법을 제정하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진화위의 결정에도 소멸시효를 이유로 배상을 거부하는 것은 국가의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 등은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배상금(각 9000만원) 규모는 아쉽다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들의 변호인인 최정규 변호사는 이날 선고를 마친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국가가 이제 와서 소멸시효와 관련한 항변을 한 것에 대해 권리남용으로 절대로 인정될 수 없다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며 “다만 법원이 인정한 9000만원이 국가가 이러한 일을 다시는 벌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줄 만큼의 금액인지, 피해자들의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금액인지 의문을 가지고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말 진화위의 국가폭력 관련 진상조사 결과 발표 이후 처음으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다. 박 목사 등 외에도 현재 114명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달 31일 녹화사업의 피해자로 인정받은 101명에 대한 손해배상소송도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