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승무원 누나가 같이 나가자고 했는데…"

세월호 침몰 사고 생존 학생들 인터뷰
첫 사망자 박지영씨 학생들 구하다 목숨 잃어
  • 등록 2014-04-17 오후 2:53:51

    수정 2014-04-17 오후 3:43:11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죽은) 승무원 누나가 비상구 쪽에 있는 애들 뛰어내리라고 했어요. 같이 나가자고 했는데…”

단원고 2학년 김수빈(18)군은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김 군은 지난 16일 전남 진도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나왔다. 17일 경기도 안산의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만난 김 군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사망한 박지영씨 “뛰어내려” 외침에 학생들 바다로..

사고가 일어나던 시각 김 군은 3층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배가 기울며 소파와 김 군, 주변의 친구들은 한 쪽으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곳은 비상구 입구 밖 난간이 있는 곳이었다. 김 군은 당시 안내방송을 하던 박지영(사망·22) 씨와 나눈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3층에는 구명조끼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와 주변 친구들은 구명조끼를 못 입고 있었어요. 승무원 누나(박지영씨)가 너희 나가고 나간다고 같이 나가자고 했어요. 그 누나는 구명조끼도 안입고 있었어요. 우리가 누나한테 조끼라도 입으라고 했는데 못 입었어요. 구명조끼가 없었어요.”

배가 점점 더 기울어가며 물이 차오르자 박 씨는 아이들에게 바다로 ‘뛰어 내리라’고 고함을 질렀다.

“배가 거의 기울어서 물이 많이 들어왔어요. (구조를 위한) 보트가 오는 게 보였고, 배가 이미 수면과 가까워진 상황이었어요. 승무원 누나가 비상구 쪽 사람들은 뛰어내리라고 해서 친구들과 같이 뛰어내렸어요.”

이미정(가명·18)양도 승무원 박 씨의 “뛰어내려”라는 외침에 바다로 뛰어내려 목숨을 구했다고 전했다.

3층 있던 이 양은 발목이 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을 때 선장이 ‘움직이지 말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움직이지 말라고 하니까 주변에서 다 선장 말 들으라고 움직이지 말라고 서로 소리를 질렀어요. 그래서 난간에 매달린 채로 있었어요.”

하지만 배는 점점 더 기울어갔다. 배 난간이 거의 수면에 닿을 때쯤 멀리 어선이 보였다. 이 때 박씨가 뛰어내리라는 소리를 질러 이 양은 바다로 뛰어내렸다. 이 양은 뛰어내리며 눈가가 심하게 찢어지고 멍이 들었다.

“배 방향 바꾸다가 뒤집어 진 듯”

한희민(18) 군은 배가 부딪히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쿵’ 소리는 안 들렸어요. 배가 갑자기 기울면서 애들이 쏠리고 부딪히면서 쿵 소리가 난거에요.”

사고 당시 한 군은 3층에 있었다. 살짝 배가 기울어지는 것을 느끼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배가 한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졌다고 했다.

“제 오른 쪽으로 (배가) 살짝 기울어져서 ‘이상하다’ 했어요. 배가 방향을 바꾼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확 기울어진 거죠. 제 생각인데 배가 심하게 방향을 바꾸다 뒤집어진 것 아닐까 싶기도 해요.”

10분 뒤에 해경이 오니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에 많은 아이들이 복도에 있었다고 했다. 당시 배가 심하게 기울어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기도 했다고 한 군은 전했다. 그러다 갑자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3층에 있었는데 물이 갑자기 많이 들어왔어요.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서 몸이 떠오르는 걸 이용해서 주변에 보이는 건 아무거나 잡고 기어 올라갔어요. 정신이 없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한 군이 필사적으로 기어 올라간 천장에는 한 군의 어깨가 통과할 수 있을만한 너비의 둥근 문이 있었다. 문을 열고 나와 보이는 해경에 “살려달라”고 외쳐 구조가 됐다.

김수빈 군 또한 배가 부딪히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앉아 있는 데 식당에서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무슨 일이지 하는 순간 배가 확 기울었어요. 몇 분 동안 서서히 기울었으면 피할 수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배가 갑자기 몇 초 만에 확 기울어서 피할 틈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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