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의 징조인가, 차별화된 혁신인가..SKT ‘T메모링’의 역설

  • 등록 2016-02-26 오후 3:23:57

    수정 2016-02-26 오후 3:43:2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3월 9일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을 앞두고,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삶 전반이 컴퓨터에 지배당할 것이라는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다. 2015년 5월 개봉된 영화 ‘her’의 주인공처럼. 그는 인공지능 운영체제(OS)와 사랑에 빠졌다.

기술이 그만큼 발달하지 않아 당장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틀어박혀 인터넷을 뒤지며 남의 이야기를 엿보는 자신 모습을 발견할 때는 가족이나 친구, 애인보다 소중한 게 스마트폰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SK텔레콤(017670)이 얼마 전 내놓은 ‘T메모링’도 전화기를 활용한 소통의 방식을 바꿨다는 점에서 기대와 함께 걱정이다.

‘T메모링’은 한 달에 1500원(부가세 포함 1650원)을 내면 내 목소리를 녹음 한 뒤 친구나 가족, 애인 등에게 전화할 때 그 사람의 컬러링(통화연결음)을 듣기에 앞서 내 목소리부터 듣는 서비스다.

전화를 건다는 행위는 특별한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서인데, 이제 그 사람과 이야기하기 전에 내 목소리부터 듣는 것이다. 그것도 한 달에 1000원 이상 내면서 말이다.

영화 her의 주인공은 외로워서, 누군가와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서, 사랑받고 싶어서, 인공지능 컴퓨터와 사랑에 빠졌는데, ‘T메모링’은 친구가 배려의 마음으로 들려주고 싶었던 음악(컬러링)보다 내 목소리부터 듣는 컨셉이다.

다이어트나 금연, 공부 같은 본인 의지만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화할 때마다 내 목소리를 스스로 들으며 마치 메모처럼 상기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다이어트 관리 앱으로 할 수 있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면 머리에 수건을 두르거나 책상 앞에 ‘D-100일, 열심히 하자’ 같은 표어를 붙일 수도 있을텐데 굳이 타인과 소통을 하는 행위(전화를 거는 행위)에까지 혼자인 나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T메모링’은 사람 간 소통이 희미해지는 ‘불통의 시대’가 다가오는 징조가 아닐까.

▲T메모링 소개(출처:SKT블로그)
SK텔레콤은 이에 더해 최근 ‘T메모링’을 설현이나 서강준, 정겨운, 김새론, 황보라, 임시환 같은 유명연예인의 목소리로 이용할 수 있는 ‘T메모링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이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친구와 전화로 소통하기 전에 설현이나 서강준이 들려주는 자기계발 노하우나 솔로탈출 비법부터 듣게 됐다.

1:1이라는 통화의 독점성이 1:2로 늘어난 셈이고, 가상의 스타이자 나를 모르는 스타의 반복적 음성을 들음으로써 어떨 때는 그(스타)와 내가 진정으로 통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됐다. 영화 her의 주인공보단 덜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설현이나 서강준과 사랑에 빠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타 목소리는 요일 별로 다르게 할 수도 있고, 3번 정도 주제를 돌려가며 들을 수도 있다. 스타들의 메시지가 77개 정도 저장돼 있다고 한다.

SK텔레콤은 ‘T메모링 프리미엄’ 설현 버전 출시를 기념해 4월 30일까지 고객 대상 경품 이벤트를 한다. 이벤트 페이지(http://me2.do/F6wubAzb)에서 추첨을 통해 AOA설현 친필 싸인 CD(100명) 등을 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이벤트는 ‘T메모링 프리미엄’ 설현 버전에 대한 고객 호응에 화답하고자 마련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T메모링 프리미엄’ 같이 고객들에게 특별한 가치와 경험기회를 선사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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