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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기업이 신규 투자보다 경영권 방어에 힘을 더 쏟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최근 10년을 돌아보면 신규 순환출자는 신규 투자와는 무관하게 순전히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에만 활용됐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6월 임시국회 테이블에 오른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이 본격적인 논의도 하지 못하고 보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처리를 시도했지만,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산회했다.
정무위에 계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자는 조항이 모두 포함돼 있어 이 부분은 이견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 법안논의에 앞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신규 순환출자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 달랐다.
배상근 본부장은 확고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대주주의 안정적인 경영이 어려워져 헐값에 외국 투기자본에 매각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박상인 교수는 “순환출자 금지와 투자위축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순환출자 금지는 넓은 의미에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지주회사로 유도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6월 임시국회 시작 전만 해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의 처리 가능성은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새누리당이 당 차원에서 기존 순환출자도 규제하자는 기존 개정안(새누리당 남경필 의원, 민주당 김영주·김기식 의원)들이 다소 과하다면서 새 개정안을 발의할 만큼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한 의지가 후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보다 후순위에 있던 대리점거래 공정화법과 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심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사지배구조법 등도 논의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