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흔드는가?…이젠 ‘방통위 설치법’ 공방까지

조승래, 3인 방통위 개의법에 박성중, 식물방통위법 반발
방통위 내부도 정치성향 따라 갈등
당원은 방통위원 안되고 정치활동 금지돼 있지만
출범이후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쟁만 반복
  • 등록 2023-08-02 오후 4:11:52

    수정 2023-08-02 오후 7:40:5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6월 14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장 모습.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상인 의원,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상임위원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2월 26일 오후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식이 열린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현관에서 최시중 초대 방통위원장(왼쪽 두번째)과 위원들이 현판식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8년에 옛 방송위원회와 옛 정보통신부를 합쳐 출범한 이후, 1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쟁만 반복되고 있다.

방송 진흥과 통신 정책·규제 업무를 부처조직(독임제)으로 넘기고 방통위는 보도 기능이 있는 방송사 규제만 남기자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 지명을 계기로 여야가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을 두고 또다시 갈등을 겪고 있다.

3인이상 개의법에 식물방통위법 반발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방통위의 개의정족수를 위원 3인 이상으로 명시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2인 이상의 위원 요구가 있을 때나 위원장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데, 이를 3인 이상 위원이 개의를 요구하도록 바꾸려는 것이다.

조승래 의원은 “방통위는 독립성, 중립성이 중요한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출범하였으나, 현 정권은 이를 무시하고 상임위원 2명이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방통위 정상화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식물방통위’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국회 안건조정위도 3분의 1이면 가능한데, 방통위를 위원 3명이상 60%넘는 요구로 개의하자는 건 말도 안된다”면서 “방통위를 2명 체제로 만들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악의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략적으로 방통위 활용하려는 여야

여야가 동상이몽인 것은 방통위가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방통위설치법 제5조 제2항은 총 5인의 방통위원을 ▲대통령 지명 2인 ▲국회 추천 3인(여당 교섭단체 1인, 야당 교섭단체 2인)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3명의 위원은 공석이다. 야당이 추천한 최민희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고 있고, 법제처에서 결격 사유를 검증 중인데다, 국회에선 김효재·김현 위원 후임을 추천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민주당은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 등 여권 측 위원 2명으로 운영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방통위원 추천을 보이콧해도 2명으로라도 방통위를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내부도 갈등..정치관여 못하게 돼 있지만 무용지물

이동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둔 방송통신위원회 내부에서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2일 TBS의 상업광고 불법 송출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여당 추천)과 김현 상임위원(야당 추천)은 얼굴을 붉히며 갈등을 빚었다. 사무국의 보고 과정에서 김효재 직무대행이 김현 위원에게 “사무처 직원을 괴롭히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하자, 김현 위원이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감정적인 다툼이 벌어졌다.

방통위설치법에는 정당의 당원은 방통위원이 될 수 없고, 위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에 따른 갈등은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춰야 하는데, 정치에 휩싸여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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