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일상을 점령하라"…IoT 시대 생존전략

  • 등록 2014-06-16 오후 4:14:50

    수정 2014-06-16 오후 4:14:50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직장인 김민희(30·여)씨는 퇴근 후 주차장으로 가다가 차 열쇠를 사무실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발걸음을 되돌리진 않았다. 핸드백 속에 있는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동 된 차량용 운영체제(OS)로 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귀가 길에 대형마트에 들렀다. 냉장고에 우유와 계란이 없다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미리 확인해둔 덕분에 쇼핑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지능형 로봇 청소기가 이미 청소를 끝냈다.

스마트폰을 세탁기에 갖다 대자 미리 설정한 대로 세탁이 시작된다. 김씨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미드’(미국 드라마)를 스마트 TV로 전송해 마저 다 본 뒤 침대에 누웠다. 잠들기 전 ‘취침모드’라고 말하자 TV와 에어컨, 전등이 일제히 꺼진다.

삼성전자(005930)가 바라는 소비자의 일상생활 모습이다. 김씨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삼성전자가 만들어 놓은 생태계 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IT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도 삼성전자와 같은 꿈을 꾸고 있다. IT 공룡들이 독자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까닭이다.

이제 스마트폰이나 그 안에 탑재된 OS를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스마트홈과 스마트카 등 새로 형성되는 시장을 주도할 플랫폼을 확보해야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모든 기기가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 스마트홈·스마트카 최대 격전장

그동안 스마트폰과 OS 시장에서 격전을 벌였던 삼성과 애플, 구글 등 IT 공룡들이 스마트홈 시장으로 전장(戰場)을 넓히고 있다.

스마트홈은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일종의 컨트롤러처럼 활용해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개념으로, 기존에 스마트폰과 OS 시장을 선도해 왔던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스마트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미리 간파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했다. 삼성의 최대 강점은 TV와 생활가전, 스마트폰을 모두 생산하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달 한국과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스마트홈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특히 ‘삼성 스마트홈 앱’을 외부 업체에 제공해 개방형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시장 지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애플과 구글은 삼성과 같은 하드웨어 제조 역량은 없지만 압도적인 OS 경쟁력을 앞세워 스마트홈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최근 열린 개발자 대회 ‘WWDC 2014’에서 스마트홈 플랫폼을 공개했다. 애플의 아이폰은 단일 기종으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다. 사용자가 많은 만큼 가전 업체와의 협업만 이뤄지면 스마트홈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도 올해 1월 스마트홈 관련 벤처기업인 네스트를 32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관련 스마트홈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 기기로 가전제품을 제어하려면 OS가 중요한 데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은 OS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스마트홈 시장과 달리 스마트카 시장은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는 가운데 삼성이 도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iOS를 기반으로 개발된 차량용 OS ‘카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구글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4’에서 아우디와 공동 개발한 차량용 OS를 발표했다. 단순히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계하는 차원을 넘어 무인주행까지 가능한 차량용 OS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도 인텔과 같이 개발한 ‘타이젠’ OS를 활용해 스마트카 시장 진입을 노리있지만, 상용화 단계에 이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IT 생태계 전쟁 배경은 IoT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은 올해 2000억 달러(204조원)에서 2020년 1억 달러(101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 IT 기업인 시스코는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기기 수가 올해 100억개에서 2020년이 되면 500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 기기가 가전제품과 연결되는 스마트홈이나 차량용 OS를 통해 자동차를 제어하는 스마트카도 사물인터넷 시장의 일부분이다.

다양한 기기가 연결되려면 중심축 역할을 할 플랫폼이 필요하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독자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사물인터넷은 향후 육아나 복지 등의 영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IT 시장에서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생태계가 확대될수록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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