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소상공인들이 단기 근로자(이하 알바)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겠노라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최저임금 준수와 근로계약서 작성 등 사업장의 근로환경 개선을 자발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하는 자리였다. 그간 다른 목소리를 내던 때와 달리 이날 모인 PC방 사장, 편의점주, 주유소 사장 등 대표적 알바고용업종의 경영자뿐 아니라 구인구직사이트 알바천국 임원등 70여명은 한 목소리를 냈다.
같은 날 오후 소상공인들은 국회에서 또 다른 자리를 만들었다. 최근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한
카카오(035720)를 규탄하는 자리였다. 이날 국회에서는 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에 반대하는 대리운전 관련 단체 뿐 아니라 미용실과 화원 업종 단체장들이 모였다. 이날 모인 소상공인들은 “아버지가 성실하게 30년간 운영하던 세탁소와 어머니의 꽃가게는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대기업 빵집이 동네 빵집을 몰아냈던 것처럼 카카오의 공룡 체인점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여의도서 벌어진 두 풍경은 전국 700만 소상공인들이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소상공인들은 지난해 걸스데이의 혜리가 출연한 한 구인구직 업체의 광고처럼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악덕 사장’이면서도 대기업들에게는 ‘젖 달라 보채는 우는 아이’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소상공인들이 이런 상황에 직면한 것은 그간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낡은 관행을 유지해 온 탓이다. 일부 자영업자들의 알바에 대한 몰지각한 태도와 승차거부를 밥먹듯 해 온 일부 택시기사들의 행태는 국민들에게 불만을 사온 지 오래다. 대기업의 동네 빵집 진출에는 분노하면서도 카카오의 온라인 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진출을 일부에서 반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제라도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알바 근로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자구 노력 없이 어려움만을 호소해서는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이미 과밀 창업 양상에 들어간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속절없이 길거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카카오 같은 대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 빨리 강구해야 한다.